[理知논술/2007 정시 논술 특집]이화여자대학교 논술문제 유형

  • 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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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논술이다. 대입 정시모집에서 논술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내신성적과 함께 3대 전형요소 중 하나다. 수능과 내신성적이 이미 결정된 시점에서 수험생들은 논술 실력 향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시모집 논술은 대학별로 유형이 조금씩 다르다. 지원하려는 대학의 논술 유형을 파악해 맞춤식 연습을 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대학별 유형에 맞춘 연습문제를 싣는다.》

아래 (A)는 올바른 인식과 삶에 이르려는 인간 보편적인 시도를 말한다. 그러나 제시문들은 그에 이르지 못하는 ‘부조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A) 글과 제시문들 사이의 연관을 유기적으로 파악하여,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를 들어 부조리를 설명하고, 그에 대한 올바른 태도에 관하여 논술하시오.(1500자 내외, 150분)

(A) 나는, 다른 사람의 견해보다도 이 사람의 견해야말로 내가 따라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고를 수가 없었으며, 나 스스로 나 자신을 이끌어가야만 되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혼자 어둠 속을 걸어가는 사람처럼 아주 천천히 나아가며 모든 일에 아주 조심하리라고 나는 결심하였고, 그렇게 하면 아주 조금씩 전진한다 해도 넘어지지는 않으리라 생각하였다. 또 이성에 의하지 않고 전에 내 신념 속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견해의 어느 하나라도 온통 내어 버리려고는 하지 않았으나, 이에 앞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내가 하려는 일의 계획을 세우고, 내 정신으로써 가능한 모든 것의 인식에 도달하는 참된 방법을 찾아보려 하였다. [데카르트, ‘방법서설’]

(가) “난 준비가 다 됐어요.”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카알이 말했다. 그는 강한 젊은이였기 때문에 자기 가방을 어깨 위로 뻔쩍 힘차게 들어올렸다. 그러나 카알은 자기와 낯익은 사람이 단장을 가볍게 흔들면서 다른 사람들과 멀리 사라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문득 아래층 선실에 우산을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그는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도 않는 그 아는 사람에게 얼른 자기 가방을 잠깐만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나서, 돌아올 때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변을 다시 확인한 다음 그 자리를 떴다. 그러나 막상 아래로 내려가보니 지름길은 벌써 막혀 있었다. 아마 모든 승객들의 하선과 관계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수많은 작은 공간을 지나, 서로 끊임없이 잇닿아 있는 짧은 계단을 건너, 계속해서 굽어 있는 복도를 통과하고, 책상밖에 없는 빈방을 거쳐 힘들게 길을 찾으려 했으나 끝내 완전히 길을 잃고 말았다. 그는 한두 번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그 길을 간 적이 있었을 뿐이었으므로 그럴 만도 했다. 그는 어디로 가야 할 지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사람 하나 만날 수가 없고, 머리 위로 많은 사람들의 구두 소리만 계속해서 들리고, 멀리로부터 숨소리처럼 시동을 멈춘 기관의 마지막 작동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사방을 이리저리 헤매던 끝에 우연히 부딪히게 된 작은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문은 열려 있습니다.”[카프카, ‘화부’]

(나) 무대장치들이 문득 붕괴되는 일이 있다. 아침에 기상, 전차를 타고 출근, 사무실 혹은 공장에서 보내는 네 시간, 식사, 전차, 네 시간의 노동, 식사, 수면 그리고 똑같은 리듬으로 반복되는 월·화·수·목·금·토·일, 이 행로는 대개의 경우 어렵지 않게 이어진다. 다만 어느 날 문득, ‘왜?’라는 의문이 솟아오르고 놀라움이 동반된 권태의 느낌 속에서 모든 일이 시작된다. ‘시작된다’는 말은 중요하다. 권태는 기계적인 생활의 여러 행동들이 끝날 때 느껴지는 것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의식이 활동을 개시한다는 것을 뜻한다. 권태는 의식을 깨워 일으키며 그에 뒤따르는 과정을 불러일으킨다. 뒤따르는 과정이란 아무 생각 없이 생활의 연쇄 속으로 되돌아오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결정적인 각성일 수도 있다. 각성 끝에 시간과 더불어 결말이 오는데 그것은 자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원상회복일 수도 있다. 권태 그 자체는 어딘가 좀 메스꺼운 데가 있다. 여기서 나는 이 권태가 이로운 것이라고 결론지어야만 하겠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의식에 의하여 시작되며, 의식에 의한 것이 아니면 그 무엇도 가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은 전혀 독창적일 것이 없다. 그렇지만 자명한 것이다. 부조리의 기원을 간략하게 인식해볼 수 있는 기회로서는 당분간 이것으로 충분하다.[카뮈, ‘시지프의 신화’]

(다) 산다는 것은 곧 부조리를 살려놓는 것이다. 부조리를 살린다는 것은 무엇보다 먼저 부조리를 주시하는 것이다. 에우리디케(오르페우스는 죽음의 나라에서 자기의 아내 에우리디케를 뒤돌아본 탓으로 영원히 아내를 잃었다-옮긴이 주)의 경우와는 반대로, 부조리는 오직 우리가 그것을 주시하던 눈길을 딴 데로 돌릴 때 죽어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유일하게 일관성 있는 철학적 태도는 곧 반항이다. 반항은 인간과 그 자신의 어둠과의 끊임없는 대면이다. 반항은 어떤 불가능한 투명에의 요구다. 반항은 한순간 한순간 세계를 재고할 대상으로 문제삼는다. 위험이 인간에게 반항해야 할 유일무이한 기회를 제공하듯이, 형이상학적 반항은 경험 전반에 의식을 펼쳐놓는다. 반항은 인간이 자신에게 끊임없이 현존함을 뜻한다. 반항은 갈망이 아니다. 반항에는 희망이 없다. 반항은 짓눌러오는 운명의 확인이다. 그러나 그런 확인에 따르기 마련인 체념을 거부한 채의 확인인 것이다. (중략) 의식과 반항이라는 거부는 포기와는 정반대이다. 인간 가슴속에 깃들인, 환원될 수 없고 정열에 찬 모든 것이 다 함께 그의 삶에 맞서서 거부를 고무한다. 중요한 것은 죽더라도 화해하지 않고 죽는 것이지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죽는 것은 아니다. 자살은 삶의 진가를 몰라서 저지르는 행위다. 부조리의 인간은 오직 남김없이 다 소진하고 자기 자신의 전부를 마지막까지 소진할 뿐이다. 부조리는 인간의 최극단의 긴장, 고독한 노력으로써 끊임없이 지탱하는 긴장이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매일 매일의 의식과 반항을 통해서 운명에 대한 도전이라는 그의 유일한 진실을 증언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카뮈, ‘시지프의 신화’]

김재년 청솔·일이관지 논술연구모임 경기대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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