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연순]논술을 어떻게 따로 가르치나

  • 입력 2006년 12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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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에 논술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이 시기에 대부분의 대학입시 준비생은 학교 수업을 빠지고 학원에서 논술 준비에 한창이라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논술시간을 따로 마련해 준비시키는 학교가 늘고 있다.

대학입시에 언제부터 논술이 포함됐는가. 대학별 본고사 대신에 수능과 고교 내신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다 보니 변별력이 떨어져서 논술을 따로 출제하기 시작했는데 논술의 비중이 차츰 늘어나는 추세이다.

대학에서 논술을 중시하는 이유는 수능과 고교 내신 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 해결력, 사고력, 자기 생각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논술은 순한 글쓰기의 영역을 벗어난다. 여러 영역에 걸친 문제에 관해 학생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실시한다. 여기에는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사고력, 문제 해결력이 포함된다. 논술을 다른 교과 교육과 분리해 집중적으로 가르친다고 해서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사고력을 기르기는 힘들다.

몇 해 전 필자가 대입 논술채점을 했을 때 자기만의 생각으로 글을 쓴 학생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논술에서만이 아니라 면접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대학에 지원한 동기라든지, 전공을 선택한 동기에 대해 질문했을 때 자기 고유의 생각을 말하는 학생은 드물다. 대부분의 학생은 단기간의 교육을 통해 훈련을 받은 결과로 문제 유형에 따라 거의 비슷한 대답을 한다.

늦게나마 학교가 자체적으로 논술지도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다행이지만 다른 교과 시간과 분리해서 가르치는 방법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사고는 어떤 대상에 대해 하는 것이므로 내용 없이 별도로 테크닉만 가르칠 수 없다.

사고력은 학교에서 이미 다루는 교과 교육의 내용과 함께 가르쳐야 한다. 교과서 내의 지식에만 국한하지 말고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교과 내용과 관련시켜 학생이 해결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서 다루면 학습에 대한 동기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사고력, 문제 해결력, 자기 주도성을 기를 수 있다.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서 중고교에서 다루는 교과의 수와 양이 이미 많은 상태에서 논술이 또 다른 교과처럼 간주되면 학생과 교사를 혼란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교육적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각 교과에서 실생활 문제를 다루다 보면 여러 교과에 걸친 통합 교과적 학습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학생 간의 의견발표와 토의를 통해 창의적 아이디어의 산출도 가능하다. 이런 성취는 논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돼야 한다.

대학입시를 위한 수능에서도 이런 사고력을 평가할 수 있는 문제를 다루고 평상시 학교 교과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대학별 본고사를 실시하는 경우에도 대학 자체적으로 여러 교과 내용을 기반으로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평가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는 방안이 바람직한 것이다.

조연순 이화여대 교수·초등교육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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