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론스타 치밀한 각본 따른 불법 매각”

  • 입력 2006년 12월 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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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과 관련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과 관련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외환은 헐값매각 수사발표

2003년 외환은행 매각은 미국계 사모(私募)펀드 론스타가 사전에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 정부 관계자를 상대로 로비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 그대로 실행한 결과인 것으로 검찰이 결론을 내렸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는 7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하종선 변호사 등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하고 변 전 국장과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 “론스타의 사전 각본에 따른 것”

론스타는 2002년 8월 공개 매각된 서울은행 인수에 실패하자 매각 대상이 아니었던 외환은행을 수의 계약 방식으로 인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해 10월에는 “10억 달러로 외환은행 주식 51%를 매입한 뒤 단기간에 팔아 차액을 챙긴다”는 ‘출구(exit) 전략’을 세웠다.

론스타의 한국 경영진은 정부에 대한 로비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살로먼스미스바니 김모 대표의 조언을 받고 김 대표를 통해 변 전 국장과 김석동(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전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 이 전 행장과의 접촉에 나섰다.

변 전 국장이 그해 11월 이 전 행장에게 “론스타의 뜻대로 10억 달러 정도에 인수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하자 이 전 행장은 행장 유임 약속을 받고 론스타에 유리하게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은행법 시행령에 따라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지분 10% 이상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인수 대상 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이어야 했다. 2002년 외환은행은 3000억∼5000억 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했으나 2003년 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전망치가 9.14%가 가능할 정도로 부실 금융기관이 아니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스티븐 리 전 대표와 마이클 톰슨 론스타 본사 법률고문은 2003년 6월 변 전 국장과 친분이 있던 하 변호사를 로비스트로 고용한 뒤 변 전 국장에게 “예외 승인 방안으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고 변 전 국장이 이를 승낙했다.

이후 변 전 국장의 주도로 외환은행은 BIS 비율 전망치를 6.15%로 왜곡해 금융감독원에 보냈고 금감위는 9월 론스타에 인수 자격을 최종 부여했다. 그 결과로 외환은행은 정상 가격보다 최소 3443억 원, 최대 8252억 원만큼 싸게 팔린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 검찰 수사는 미완의 반쪽 수사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외환은행 매각이 불법 행위의 결과물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정책적인 판단이었다”는 재경부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

그러나 론스타 측의 불법 로비 전모와 변 전 국장 이상의 고위층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밝히지 못해 ‘반쪽 수사’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검찰은 앞으로 중수부에 특별전담팀을 만들어 존 그레이켄 론스타 본사 회장의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론스타 측의 로비 의혹도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한편 그레이켄 회장은 7일 성명을 통해 “검찰의 수사 결과는 설득력이 없고 구체적인 증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변 전 국장도 변호인을 통해 “외환은행 매각은 결코 헐값 매각이 아니며 금품을 받은 적도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전현 부총리 등 연인원 630명 소환

대검중수부 영장 12회 기각 수모도

‘현직 감사원장을 포함해 전현직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5명 조사 등 연인원 630여 명 소환조사…2003년 대선자금 수사 이후 최대 규모 수사.’

‘영장기각률 0%를 기록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체포·구속영장 12회 기각.’

9개월에 걸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 수사의 명암이다.

대검 중수부 인력이 전원 투입된 수사는 2003년 대선자금 수사 이후 처음. 오광수 중수2과장 등 4명의 검사로 출발한 ‘론스타 수사팀’에는 6월 현대자동차 비리사건 수사를 맡았던 중수1과(과장 최재경) 인력까지 합류하면서 수사 인력이 검사 20여 명 등 100여 명으로 늘어났다.

김&장과 세종(2003년 당시 론스타 법률자문), 삼일과 삼정KPMG(당시 론스타 회계자문) 등 국내 최대 규모 로펌과 회계법인이 검찰의 수사를 받은 것도 처음이었다.

검찰은 방대한 자료는 물론 ‘영어’와도 전쟁을 치러야 했다. 전산자료 가운데 서류와 e메일 50만 건을 골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든 뒤 분석 작업을 벌였고 이 중 영문 회계·재무 자료만 3만여 건(53박스 분량)에 이르렀다.

유례없는 대규모 수사 과정에서 중수부는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에 대해 청구한 네 차례의 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이 역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수사 검사들은 체력적인 한계에 부닥치기도 했다. 11월 중순에는 회계 분석을 담당한 공인회계사 출신의 검사가 탈진해 쓰러진 뒤 3일 동안 영양주사를 맞고 다시 수사에 합류했다. 또 다른 검사는 과로로 입이 돌아가(안면마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수사를 마무리할 무렵 검사들은 “지쳤다”고 토로했지만 수사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정상명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가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국민을 어떻게 이해시킬지 걱정을 많이 했다는 후문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변양호-이광재 2차례 회동 청와대 매각작업 관여 의혹”

한나라 “특검도입 등 검토”

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외환은행 매각작업이 진행 중이던 2003년 7월 당시 이광재 대통령 국정상황실장과 두 차례 비밀 회동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론스타 게이트 진상조사단장인 나경원 의원은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 씨가 2003년 7월 15일 이른바 ‘10인 회동’으로 알려진 관계 기관 비밀대책회의에 참석한 뒤 22일, 24일 이 전 실장을 비밀리에 만났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이는 청와대가 매각작업에 관여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라며 “한나라당은 검찰이 몸통 수사를 외면한다면 특별검사 도입 등을 통해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 외환은행 어떻게 될까

검찰이 7일 외환은행이 2003년 미국계 사모(私募)펀드인 론스타에 불법 매각됐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매각의 원천 무효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날 수사 결과 발표만으로는 론스타의 불법 행위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본다. 불법 사실이 확정되려면 검찰의 수사 결과를 법원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판결 불복과 항소 등 기나긴 법정 공방이 벌어질 소지가 있어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려면 최소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법원 판결이 나오면 불법 행위가 밝혀져 관련자들이 처벌을 받는다는 것이지, 매각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매각 무효가 되려면 한국수출입은행 등 당시 론스타에 주식을 판 매도자 측이 별도로 소송을 내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는 방법밖에 없다.

당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한 금융감독위원회가 승인을 직권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금감위는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문재우 금감위 상임위원은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직권 취소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이 론스타의 불법 행위나 외환카드 주가 조작 혐의를 확정할 경우 금감위는 은행법에 따라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

이 경우 론스타는 지분을 6개월 안에 시장에 강제 매각해야 한다.

론스타는 우선 배당이나 자산 매각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원금을 회수한 뒤 적절한 시점에 외환은행 매각을 재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시기는 법원 판결 이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론스타의 불법 행위를 조금이라도 인정하면 론스타는 지분을 강제 매각해야 하므로 협상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외환은행이 다시 매물로 나오면 인수 전략을 원점에서 검토할 것”이라는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론스타 사건 주요 관련자 사법처리 내용
구분이름 직책범죄혐의사법처리 내용
정부감독기관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3443억∼8253억 원 업무상 배임, 4174만 원 뇌물수수, 보고펀드 400억 원 투자 유치 사후 수뢰불구속 기소(구속영장 2회 기각)
외환은행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3443억∼8253억 원 업무상 배임, 21억3550만 원 수재 구속 기소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3443억∼8253억 원 업무상 배임 불구속 기소
전용준 전 외환은행 상무3443억∼8253억 원 업무상 배임 등 구속 기소
차동진 전 외환은행 총무부장8억2550만 원 수재 불구속 기소
외환은행 법인 외환카드 주가 조작불구속 기소
론스타 스티븐 리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전 대표 3443억∼8253억 원 업무상 배임, 횡령, 탈세, 외환카드 주가 조작 등기소중지(범죄인 인도 청구)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 외환카드 주가 조작 범죄인 인도 청구
마이클 톰슨 론스타 본사 법률고문외환카드 주가 조작범죄인 인도 청구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 250억 원 배임, 외환카드 주가 조작 등대법원 재항고 중(구속영장 4회 기각)
LSF-KEB 홀딩스 법인외환카드 주가 조작 불구속 기소
정헌주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 156억2000만 원 배임, 114억 원 탈세 등불구속 기소(구속영장 2회 기각)
신동훈 전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 4억5000만 원 수수 불구속 기소(1심 징역 2년 선고)
오성일 전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 자산관리팀장 1억6000만 원 수수 불구속 기소
우병익 전 KDB 론스타 대표5100만 원 상당 수수 구속 기소(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확정)
이대식 전 KDB 론스타 상무 2억3000만 원 수수 구속 기소(1심 징역 1년 4개월 선고)
기타박순풍 엘리엇홀딩스 대표 2억 원 증재 등 구속 기소(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확정)
홍기옥 코아정보통신 회장8000만 원 증재불구속 기소
하종선 변호사 105만 달러 수수, 4174만 원 뇌물공여 등 구속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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