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살리자” 파도 뚫고 나섰다가…

  • 입력 2006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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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1∼2시경 이영두 서귀포시장 등 7명이 타고 있던 어선이 침몰한 마라도 인근 해역. 사고 당시 주변 해역에는 순간적으로 4∼6m의 높은 파도가 일어 승객들이 서 있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번 사고로 2명은 구조됐지만 이 시장과 낚시어선 해영호의 선장은 실종됐고 3명이 사망했다. 마라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25일 오후 1∼2시경 이영두 서귀포시장 등 7명이 타고 있던 어선이 침몰한 마라도 인근 해역. 사고 당시 주변 해역에는 순간적으로 4∼6m의 높은 파도가 일어 승객들이 서 있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번 사고로 2명은 구조됐지만 이 시장과 낚시어선 해영호의 선장은 실종됐고 3명이 사망했다. 마라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제주 방어축제 지원활동
이영두 서귀포시장 실종

《이영두 서귀포시장 등 7명을 태운 어선이 마라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해 이 시장 등 2명이 실종되고 시청 간부 등 3명이 숨졌다. 이 시장 등은 관광객 유치를 위한 방어축제를 지원하기 위해 배를 탔다가 변을 당했다.》

25일 오후 1시부터 2시 사이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서북쪽 3km 해상에서 이영두 서귀포시장 등 7명을 태운 모슬포 선적 낚시어선 해영호(3.8t급·선장 김홍빈·44)가 침몰했다.

이 사고로 오남근(57·서귀포시 지역경제국장), 황대인(54·대정읍장), 임관호(56·대정읍 주민자치위원장) 씨 등 3명이 숨지고 이 시장과 선장 김 씨는 실종됐다. 일행 중 윤세명(40·시장 비서), 강창우(48·시장 수행 운전사) 씨는 해경 함정과 인근 어선에 의해 구조됐다.

이 시장 일행은 이날 대정읍 모슬포항 일대에서 열린 방어축제에 참석해 해영호를 타고 방어잡이 선상체험을 하던 중이었다.

특히 이 시장은 평소 뱃멀미가 심한데도 서귀포 지역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승선했던 것으로 확인돼 주민들이 더욱 안타까워하고 있다.

해영호는 오후 1시경 방어 낚시를 마치고 귀항하던 중 높은 파도가 일자 “어선 2척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 뒤 연락이 끊겼다. 오후 3시 30분경 구조된 윤 씨는 “높은 파도가 세 차례 연달아 덮치면서 바닷물이 들어와 침몰했다”고 말했다.

이날 제주 남쪽 해상에 기상특보는 내려지지 않았으나 사고 주변 해역은 순간적으로 4∼6m의 높은 파도가 쳤다.

같은 시간 이 시장 일행과는 다른 배를 타고 방어축제를 취재 중이던 본보 조성하 여행전문기자가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잠잠하던 바다가 갑자기 돌변=축제 행사의 하나인 ‘마라도 방어잡이 일일선원 체험’에 나설 어선 8척은 25일 아침부터 출항 준비를 서둘렀다. 오전 10시 모슬포항을 떠나 오후 2시 귀항하는 일정이었다.

기자가 탄 배는 제3동운호(7.93t급). 제주 주재 일본 총영사관의 일본인 외교관 2명도 함께 탔다. 한라산 정상이 보일 정도로 쾌청한 날씨였다.

방파제를 벗어나 10분쯤 지나자 바다가 돌변했다. 거센 파도에 어선이 전후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서 있을 수 없을 정도였다. 승선객들은 바다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갑판 바닥에 앉았다.

50분쯤 지나 방어잡이 현장인 마라도 해역에 도착했다. 모슬포항을 함께 떠난 체험어선 8척을 비롯해 모두 26척이 바다에 있었다.

배가 워낙 심하게 흔들리자 2명은 아예 갑판 바닥에 누웠다. 심한 롤링(좌우 흔들림)과 피칭(전후 흔들림)으로 뱃멀미가 심했기 때문. 멀미약도 소용없었다.

파도뿐이 아니었다. 너울도 있었다. 너울은 골이 깊고 파고가 높은 거대한 파도. 뱃머리에 앉으면 놀이공원의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었다. 인근의 어선이 너울의 골에 빠지면 배가 마스트(돛대)만 남긴 채 순간 사라지곤 했다. ▽파도에 부서진 ‘모슬포의 꿈’=대정평야를 등지고 바다를 향해 발달한 어항 모슬포는 제주도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 그래서인지 대정 사람의 강인한 생활력은 제주도에서도 유명하다.

모슬포 어민들은 고기잡이만으로 생계유지가 어렵자 ‘관광낚시+어촌민박’형의 대정유어선민박촌(영어법인) 사업을 2001년부터 벌이고 있다. 20여 명의 낚싯배 선주가 관광객과 함께 지내며 돔과 방어 등의 낚시를 하는 체험관광 프로그램이다.

실종된 이 시장은 24년간의 공직생활을 거쳐 올해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이 통합된 서귀포시 시장(정무직)을 맡았다.

부인 강혜숙 씨는 “아침에 출근하면서 ‘몸이 피곤해 배를 타고 싶지 않지만 행사를 격려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마라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서귀포=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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