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 기왕이면 돈 벌며 하자

  • 입력 2006년 11월 23일 03시 01분


코멘트
“수익 극대화가 최대 목표.” 올 9월 자선사업에 10억 달러(약 9억3400만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 씨와 세르게이 브린 씨가 던진 의표를 찌르는 말이다.

구글 자선활동의 핵심은 에탄올이나 전기로 움직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엔진 개발. 이를 위해 구글은 자동차 판매회사 설립에 나서는가 하면 하이브리드 자동차 소비자에게 세금공제 혜택을 주는 법안 통과를 위해 로비스트까지 고용했다.

구글이 추구하는 수익형 자선활동이 미래형 자선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일 “퍼주기만 하는 자선의 시대는 갔다”고 지적했다. ‘자선가’는 지고 ‘자선사업가’가 새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

온라인 잡지 슬레이트는 “구글이 자선활동의 기존 문법을 확 바꿔 놓으면서 비영리 자선에 치중해 온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고루한 자선단체’로 만들어 놓았다”고 평가했다.

‘좋은 일도 하고, 돈도 번다’는 원칙에 충실한 자선사업가들은 “자선과 기부는 구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록펠러나 카네기 스타일의 기부재단들은 주인의식 부재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쉽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게이츠재단 교육사업부문은 방만한 운영으로 기금의 10% 정도가 낭비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대부분 정보기술 분야에서 부를 축적한 신세대 부자들은 효율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시장원칙이 자선활동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수익 추구 자선활동은 구글처럼 새로운 사업에 직접 뛰어들거나, 좋은 일을 하는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버진 에어라인’이라는 초대형 항공사를 운영하는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2004년 ‘버진 나이지리아’ 사업을 시작했다. 기존 항공사들이 꺼리는 아프리카 중소도시 노선 개발에 뛰어든 것이다.

투자형 자선활동은 여러 분야에 돈을 대기보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따르는 것이 특징이다.

이베이 창업자인 피에르 오미디아르 씨는 올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그라민 은행을 비롯해 빈민 자활을 돕는 마이크로 크레디트 금융기관에 투자해 나중에 수익금을 돌려받는 ‘오미디아르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출연해 유명해진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은 제프리 스콜 전 이베이 사장이 운영하는 영화 전문펀드 ‘파티시펀트’로부터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았다.

친환경, 난치병 연구 기업에 투자하는 스티븐 케이스 전 아메리카온라인(AOL) 회장은 “아프리카를 돕겠다는 많은 자선활동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을 봤다”면서 “자선을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장기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