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충북 청원군 “예산 부족…황새마을 조성 못하겠다”

  • 입력 2006년 11월 16일 0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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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를 복원하기 위한 연구가 충북 청원군 교원대 황새복원센터에서 10년째 진행 중이다. 이 센터는 1996년부터 20여 마리의 황새를 러시아에서 들여와 2002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공번식(알을 인공으로 부화시켜 실험실에서 키우는 것)에 성공했고 이듬해에는 자연번식도 이뤄냈다.

이를 바탕으로 황새복원센터는 2012년경 청원군 미원면에 ‘황새마을’을 조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황새와 사람, 자연이 함께 사는 친환경 생태마을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이 암초에 부딪쳤다.청원군이 지난달 말 예산을 이유로 “황새마을 사업 참여가 어렵다”고 밝힌 것. 군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사업이라면 행정적 지원은 아끼지 않겠지만 직접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열악한 재정 형편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황새마을 조성에 필요한 사업비는 300억 원(시설비 280억 원, 토지매입비 20억 원)으로 이 가운데 문화재청이 70%, 충북도와 청원군이 각각 15%를 낼 계획이었다.

결국 군의 방침에 변화가 없으면 황새마을 조성 계획은 물거품이 되거나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이정영 씨는 “국가지정문화재 관련 사업은 정부와 지자체가 7 대 3으로 비용을 부담하기로 돼 있기 때문에 청원군의 동참 없이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다른 지역에 황새마을을 조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특별한 예산 지원 없이 10평짜리 컨테이너 연구실에서 묵묵히 황새 복원에 힘써 왔던 센터 관계자들은 ‘희망’이 물거품으로 변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황새복원센터 박시룡(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 소장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던 군이 뒤늦게 발을 빼 아쉽다”며 “한꺼번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연차적으로 분담하는 것인 만큼 생각을 바꿔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도 황새마을 조성을 바라고 있다.

황새 복원 초기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황새마을이 조성되면 환경보전 등 각종 제약이 따르고 유기농법만을 써야 하는 등 영농에 지장을 받을까봐 반대가 많았다. 그러나 친환경농법이 확산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올해 4월 미원면 주민들은 충북환경운동연합과 청원군, 황새복원센터,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등과 함께 ‘황새와 공생하는 농촌 생태복원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일본 효고(兵庫) 현 도요오카(豊岡) 시의 황새마을 조성 성공 사례를 토대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공청회와 국제심포지엄 등 42개 사업을 벌일 예정이었다.

미원면 김출중(62) 주민자치위원장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새로운 농법을 통해 황새가 다시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계획이었는데 차질이 생겼다”며 “이달 말경 주민회의를 통해 의견을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유일의 황새마을이 되면 친환경 농산물 생산지라는 이미지를 높일 수 있고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농가소득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초 계획대로 예산 지원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습지(논) 먹이사슬의 최강자이면서 행복과 고귀, 장수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새인 황새. 그들이 고고한 날갯짓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까.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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