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 교수 “일부행적 지목해 전체 친일 규정은 잘못”

  • 입력 2006년 11월 1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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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를 들어 한 인간 또는 그 기관 전체를 친일로 규정하려는 유혹으로부터 놓여나 백지 반 장의 차이도 분간하려는 미시적 자세가 요구된다.”

최원식 인하대 교수가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실릴 ‘친일문제에 접근하는 다른 길’이라는 글을 통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친일 청산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개인별 적발을 통해 청산 대상을 확장하는 식이 아니라 그 참담한 진실의 내면을 읽어내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먼저 친일청산론을 비판한 유종호 전 연세대 교수의 글을 ‘합리적 변호론’으로 보고 그에 대응하는 ‘합리적 청산론’을 제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종호 교수는 ‘문학과 사회’ 2005년 봄호에서 “살기 위해 허드레 선전 문건 몇 편을 썼던 문인들에게 ‘친일(親日)’의 낙인을 찍는 게 과연 정의인가”라며 친일청산론의 맹목성을 비판한 바 있다.

최 교수는 친일청산론자들이 ‘전가의 보검’처럼 휘둘렀던 프랑스의 나치 청산이 초기엔 초법적으로 진행되다 후기에는 반공을 내세운 대사면으로 끝났다는 점에서 결코 한국의 모범이 될 수 없음을 명확히 밝혔다. 이어 그는 민족문학작가회의가 2002년 8월 발표한 친일문인 42인의 명단 중 채만식이 포함된 것을 대표적 오류로 꼽았다. “친일의 행위나 글의 수량보다는 신념 여부 또는 그 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최 교수의 논지다.

“더구나 그는 광복 직후 유일하게 자신의 친일을 고백함으로써 친일문제를 공론에 부쳤다. ‘역로’(1946)와 ‘민족의 죄인’(1948)에서 거듭 제기했으나, 좌익도 우익도 모두 묵살했다.”

그는 “일제에 타협하지 않은 오세창의 천도교 구파는 절(節)은 지켰으나 운동을 상실했고, 일제에 타협한 최린의 천도교 신파는 훼절의 오명을 뒤집어썼으나 운동은 살렸다”며 ‘온건친일파’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최 교수는 “만일 누군가 용서할 권한이 있다면 그것은 피해자지 제3의 기관이 아니다”라는 자크 데리다의 말을 인용하며 친일문제의 피해자가 생존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 진실을 규명하는 대리자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윤리적 주저’의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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