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중학 논술 클리닉

  • 입력 2006년 11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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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제

얼마 전 ‘한글날’이 기념일에서 국경일로 승격되었다. 이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고 지금까지 이를 잘 지켜온 우리 민족의 힘일 것이다. 특히 21세기 세계화 시대가 고유 언어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한국어와 한글이 더욱 소중하다. 우리 고유의 언어 한국어를 지켜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고, 동시에 국어를 발전시켜 세계적인 언어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글 (가)와 (나)를 통해 6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이호경·경남 진주 제일중학교 2학년

아직까지 한글은 한자 같은 다른 나라 문자보다 덜 알려져 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영어도 들어오고 괴상한 통신언어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면서 한글이 점차 파괴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왜 우리말을 지켜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우리말을 지켜야 함은 민족정신을 계승하고 민족문화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다. 우리의 조상들은 일제의 방해와 같은 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얼’이라는 것을 지켜왔는데 우리가 ‘얼’을 지키고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안 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우리말을 지키면서 동시에 세계적인 언어로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문화하면 떠오르는 ‘영화’, ‘책’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우리의 언어를 알려야 할 것이다. 영국작가인 조앤 롤링은 ‘해리포터’라는 기발한 콘텐츠를 개발해 사람들을 유혹시켰다. 우리나라에도 춘향전 등의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은데 춘향전의 내용을 심봉사가 한글을 읽으려다 눈이 뜨였다는 등의 이야기로 바꾸면 우리 전통문화와 함께 언어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민족의 얼’과 우리 전통이 스며들어 있는 우수한 한글을 지키고 또한 춘향전 등의 전통이야기에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내용을 덧붙인다면 우리나라 언어인 ‘한글’이 세계적인 언어가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최정헌·경기 부천중학교 3학년

우리나라 언어는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또한 우리 민족은 우리의 언어를 중심으로 민족의 얼을 기리면서 수많은 외세를 물리칠 수 있었다. 우리 민족의 특성을 살려 세종대왕이 우리 고유의 문자 한글을 창제하신 일 역시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천명하는 것이었다. 나라가 약하면 언어도 말살되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일제강점기 때 겪어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우리나라의 글인 한글을 더 보존하고 계승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나라가 강대국이 되어야 한다. 지금 영어가 세계적으로 공통언어가 된 것은 미국이 강대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힘으로 우세한데 반해 우리나라는 그럴 만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반도체 기술이나 여러 가지 기술력에서 선진국 수준이다. 그런 기술력으로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면 우리의 한글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 세계 228개국 중에 6700여 개의 언어가 있다. 그러나 인터넷의 확산을 타고 번지는 영어 제국주의에 의해 그 언어들도 몇 년 안에는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의 글을 세계에 인식시켜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언어도 함부로 여기면 고유의 언어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여러 사람들 속에서 계속 말하고, 사용되어질 수 있는 언어로 갈고 다듬어 나가야 한다.

한 문장엔 하나의 중심생각을 담아야 좋은 문장

■ 총평

글 (가)는 일제강점기에 우리의 언어인 한국어를 못 쓰게 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얼을 빼앗으려 하는 것에 맞서 싸운 조상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즉, 우리의 말과 글을 없애버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상실케 하려는 일제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의 언어를 지키기 위해 몸을 바친 조상들의 업적을 확인할 수 있다. 글 (나)는 21세기 정보화, 다매체, 국제화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 민족 고유의 언어를 어떻게 발전 계승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담긴 글이다. 이러한 우리 언어와 관련된 글을 통해 우리 언어를 왜 지켜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우리 언어를 발전시켜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을 묻고 있다.

이번 논제의 경우 한국어. 즉 우리 언어를 지켜야 하는 이유를 먼저 묻고 있기 때문에 논제에 관해 논할 방향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우리 언어를 지켜야 하는 이유를 긍정적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먼저 제시한 뒤 우리 언어를 세계적인 언어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여러 학생들이 기발하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해결책을 제시하였지만 표현과정에서 자신의 주장보다는 단지 ‘바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제시하고자 하는 해결 방안이 현실적으로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강력하게 당위를 역설하는 표현연습이 필요하다.

이호경 학생의 글은 현재 한국어의 지위나 위기 상황을 쉽게 잘 설명하고 있으며, 우리 언어가 우리 민족의 정체성 확립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동시에 다른 나라가 자신들의 언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을 예로 들어 세계화에 발맞추어 우리 언어를 발전 계승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잘 제시하였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결론에서 단호하고도 명확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전체 글에 무게감이 실렸다. 그러나 논자의 생각을 제시할 때 중간 중간 문장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점이 아쉬웠다. 즉, ‘일제의 방해와 같은’, ‘얼이라는 것’과 같은 표현에서 ‘일제의 어떠어떠한 방해’이며 ‘얼이라면 어떤 얼’을 말하는지 명확하고 구체적인 표현이 필요하다. 또한 문장의 길이가 길어 생각을 문장에 담는데 무리가 따르는 표현도 간결하게 고쳐야 할 점이다. 다시 말해 ‘한 문장에는 하나의 중심생각을 담는다’는 생각으로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생각을 아름다운 그릇에 담을 수 있다.

최정헌 학생의 글은 우리나라 역사와 언어의 관계를 잘 설명하고 있으며, 우리 민족정신의 기틀에 항상 우리 고유의 언어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특히 강대국들의 힘이 곧 그 민족의 언어의 쓰임과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우리 언어를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국가 경쟁력을 키워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 점이 돋보인다. 그러나 논자의 생각을 펼치는 과정에서 적절하지 않은 피동표현이나 영어 번역체의 어휘들이 쉽게 발견하게 되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본문에서 ‘오래된’, ‘말살되어진다는’, ‘계승하려고 하고 있다’와 같은 표현이 그 예인데, 이런 식의 표현은 어려서부터 영어 공부를 해온 우리 학생들의 전형적인 문제이다. 우리말은 영어와 달리 능동표현과 피동표현이 정확히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각 문장의 주체와 대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능동과 피동의 쓰임을 정해야 옳을 것이다. 이는 간결하고 명확한 표현을 요구하는 논술에서 글의 의미를 모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窩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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