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재영]세종로 은행나무를 베어야 하나

  • 입력 2006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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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가을은 가로수 단풍을 보고 느낀다. 그중에서도 은행나무의 샛노란 잎들이 늦가을의 정취를 돋운다. 도시마다 은행나무 가로수가 많지만 서울 광화문과 세종로의 노란 물결의 은행나무 가로수가 생각난다.

오래전에 서울시가 16차로인 세종로를 10차로로 줄인 뒤 중앙 분리대의 우람한 은행나무를 뽑아내고 그곳을 넓혀 잔디를 심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잔디보다 도시의 미적인 경관이나 생태적 가치가 높은 은행나무 가로수가 그대로 서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은행나무는 오래전부터 우리들과 정서적으로 아주 친한 나무이기도 하다.

해마다 가을이 오면 부채꼴의 노란 은행잎을 주워 책갈피에 꽂거나 생각나는 사람에게 가을 소식과 함께 보낸 일들이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은행나무는 원산지가 중국 남부이지만 수천 년 동안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 우리의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은행은 암수 나무가 다른 자웅이주다. 또 은행(銀杏)은 열매가 살구나무의 열매를 닮아 은빛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잎이 오리발을 닮아 압각수(鴨脚樹), 열매는 손자 대에 가서 얻는다고 하여 공손수(公孫樹)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도 많다. 신라의 마의태자가 심었다고 전해오는 경기 양평군 용문사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는 수령이 약 1300년이다.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내 문묘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59호)도 잘 알려져 있다.

은행나무는 전국의 도시 가로수 중에서 가장 많이 심어져 있다. 병충해가 없고 대기공해에 강할 뿐 아니라 오염된 공기의 정화 능력도 뛰어나는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은행나무 잎 속에는 살균 살충 작용을 하는 성분이 있어 선조들도 책갈피에 은행잎을 끼워 넣어 좀을 막았다.

열매에서 짜낸 황록색 기름은 영양가가 높은 고급식품으로 인기가 있다. 잎에서 추출되는 징코민이라는 성분은 제약의 원료로도 쓰인다. 목재는 단단하며 질이 좋고 빛깔이 고우며 방충 성분이 있어 가구재로도 많이 이용된다.

은행나무를 베어 내고 잔디밭을 만든다는 세종로의 광장조성 계획은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후회 없는 사업이 되길 당부한다.

최재영 경주대 대학원장·환경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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