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한국 해경 701호기, 북한 상공으로 진입하겠다"

  • 입력 2006년 10월 26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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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9시 서울 김포공항 해양경찰청 계류장.

계류장에 대기하고 있던 해경 초계기 챌린저 호의 엔진에 시동이 걸렸다.

23일 동해에서 조난당한 러시아의 2448t급 목재운반선 시네고리에 호의 실종 선원 6명을 찾기 위해 북한 해역에서의 수색활동에 나선 것.

이날 수색은 24일 해경이 북한에 전통문을 보내 영해 진입을 요청한 결과 북한이 이를 받아들여 이뤄졌다.

북한의 핵무기 실험으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자국 상공의 진입을 허가한 것.

강원도 강릉을 향해 활주로를 이륙한 지 20분이 지나자 권중기(41·경감) 기장이 무전기를 잡았다.

"여기는 한국 해경 701호기(챌린저호). 현재 위치는 북위 38도 9분, 동경 127도 38분, 북한 상공으로 진입하겠다."

챌린저호는 강릉 북동쪽 55마일 상공에서 평양중앙관제소를 수차례 호출했으나 교신이 이뤄지지 않았다.

35분 뒤 인천공항 관제소가 평양과 교신해 진입을 통보한 뒤 챌린저호는 곧바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

권 기장은 "지난해 1월 북한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자국 해역에서의 구조작업을 허가했으며 이번이 6번째 북한 상공 비행"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해경의 5000t급 경비함인 삼봉호도 북한의 승인을 받아 NLL을 지나 수색 해역을 향해 거친 파도를 헤치며 나아갔다.

수색 해역에 이르자 챌린저호는 해상에서 300~400m 높이로 낮게 비행하며 실종자를 찾아 나섰다.

북한은 NLL에서 북쪽으로 27마일 떨어진 해역의 상공까지 수색활동 구역으로 허가했다.

챌린저호는 최대 탐색거리가 360㎞에 이르는 고성능레이더를 가동하며 실종자를 찾기 위해 북한 해역 상공을 쉴 새 없이 누볐다.

NLL 남측 지역인 사고 해역 주변에서는 해군과 해경이 구축함과 경비함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활동을 벌였다.

러시아도 국경수비대 소속 1600t급 구조선인 유리아렌카 호와 헬리콥터를 보내 한국과 함께 수색했다.

오후 1시경 챌린저호는 실종자로 보이는 시체 3구를 발견했으며 위치를 통보받은 러시아 구조선이 다가와 인양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러시아의 협조요청에도 불구하고 수색에 나서지 않았다.

한편 사고 선박은 23일 오전 11시56분경 속초 북동쪽 64마일 해상에서 원목 1500t을 싣고 러시아 연해주 플라트 항을 출항해 중국으로 가다가 기상악화로 조난했다.

해경초계기챌린저호=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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