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논술 열풍’ 눈감고 귀막은 대학들

  • 입력 2006년 10월 26일 0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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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경북교육청 등 상당수 교육청들이 학생과 교사를 위한 논술 프로그램을 앞 다퉈 마련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 대학들이 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논술 비중을 대폭 높이거나 새로 도입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도 이제 논술은 최고 관심사가 됐다. 대구 수성구의 학원가에는 논술공부를 하려는 학생들로 붐빈 지 오래다.

‘교육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논술=대학’, ‘논술 반영 대학=주요 대학’이라는 인식마저 생기고 있다. 24일 열린 국립대 국정감사에서도 단연 논술이 이슈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구와 경북지역의 4년제 대학들은 대부분 논술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경북대와 대구교대가 2008학년도부터 8∼10%가량을 반영하는 정도다.

경북대의 경우 1995년부터 10년가량 논술평가를 해오다 최근 몇 년간 중단한 끝에 부활시켰다. 수능의 변별력을 보완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더 중요한 배경은 글쓰기 능력이 인재의 중요한 기준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경북대 관계자는 “논술평가가 없어 신입생에게 입학 후 글쓰기 교육을 해야 하는 등 문제가 적지 않았다”며 “초중등 교육의 창의성과 대학생의 취업을 위해서도 논술평가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등 비교적 규모가 큰 대학들은 논술평가를 꺼린다. ‘논술을 도입하면 고교생이 싫어할 것’이라는 게 큰 이유다.

이들 대학 관계자는 “논술이 필요하긴 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학교끼리 의견을 주고받았다”며 “함께 논술을 도입하든지 아니면 이대로 가든지 공동보조를 맞춰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역의 주요 대학들이 기본적인 논술평가조차 꺼리면서 ‘글로벌 경쟁력’이나 ‘지식정보시대의 인재육성’ 등을 외치는 것은 왠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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