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따라 수능 표준점수 최고 22점 격차

  • 입력 2006년 10월 23일 15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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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 자녀가 많은 학교의 수능 평균점수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은 학교보다 언어(국어)영역은 최대 22.2점, 수리는 16.7점, 외국어는 20.7점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학생 개인별로는 가장 잘사는 학생그룹의 수능 평균점수가 가정형편이 가장 어려운 학생 그룹보다 언어 9.6점, 수리 9.5점, 외국어 14.3점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오호영 부연구위원은 23일 2005학년도 수능을 본 전국의 99개 일반계 고교 1483명을 대상으로 '소득계층과 학업성취도'를 분석한 논문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번 분석결과는 학생을 학군별로 추첨해 배정하는 평준화 정책이 교육의 기회균등과 학교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 간 격차가 심각한 상태라는 것을 입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교육계 내에서 평준화 정책의 정당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오 연구위원은 "부유층이 많이 다니는 학교일수록 공교육과 사교육 환경이 더 잘 구비돼 있기 때문에 수능 점수가 높다"며 "평준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이 소위 '좋은 학군'으로 몰리면서 학군 간, 학교 간 교육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이 4일 주최하는 '제2회 한국교육고용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학교에 따라 17~22점 차이=오 위원은 우선 평균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조사대상 학교 99개를 10등급으로 나누었다. 평균 가구소득이 가장 높은 10등급 학교는 10곳으로 서울 3곳, 부산 3곳, 경기 3곳, 인천 1곳이었다.

평균가구 소득이 가장 낮은 1등급 학교는 9개로 전남 2곳, 경북 2곳, 경남 2곳, 경기 2곳, 강원 1곳으로 서울이나 광역시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수능 평균점수를 조사한 결과 10등급은 언어 105.5, 수리 102.3, 외국어 104.8점이었다. 반면 1등급은 언어 83.3, 수리 85.6, 외국어 84.1점이었다.

10등급과 1등급의 학력격차가 영역별로 16.7~22.7점 차이가 난 것.

또 가정 소득, 공부시간, 사교육 여부 등 다른 조건이 모두 같을 경우에도 학교에 따라 학생의 수능 점수가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 연구위원이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학교가 수능 점수 격차에 미치는 영향력은 영역에 따라 15~30%였다.

영역별로 보면 학교에 따라 언어 영역에서 26.1%, 수리 영역에서 14.7%, 외국어 영역에서 29.7%의 차이가 났다.

▽평준화속의 특혜 누리는 강남=이번 연구 결과는 개인적 요인인 부모의 소득보다 지역, 학군별 여건이 수능 점수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학교 간 격차가 크지 않다"는 교육부의 주장보다 학군이 좋은 학교로 이사가려는 학부모들의 '생활 속의 감각'이 맞았음을 보여준 것.

오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교사, 학교시설, 사교육의 질, 지역사회 교육여건 등에서 지역간 격차가 엄연히 존재한다"며 "학부모들이 학군을 옮기고 싶어도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에 대다수는 강남 등 노른자위 학군으로의 이동 가능성을 봉쇄당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강남 등 일부 학군은 '평준화 속의 특혜'를 누리고 있는 반면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은 더 어려워졌다"며 "특수목적 고등학교와 자립형 사립고를 확대하면서 이들 학교가 저소득층 자녀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장원재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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