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개점휴업 영어마을

  • 입력 2006년 9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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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양재시민의숲 문화예술공원 내 개관한 서초영어체험공원 앨리스파크. 사진 제공 서초구청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양재시민의숲 문화예술공원 내 개관한 서초영어체험공원 앨리스파크. 사진 제공 서초구청
27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양재시민의숲 문화예술공원 내 4130여 m²(1250여 평) 규모의 서초영어체험공원 앨리스파크. 폐관까지는 세 시간이나 남았지만 문을 닫았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숲 속에 앙증맞게 들어앉은 이곳은 개장 10개월이 넘었지만 이용자가 적다. 오전에 1, 2곳의 유치원이 단체로 다녀가고 나면 오후에는 개점휴업 상태일 때가 많다.

영어체험공원을 서초구에 제안한 광고기획사 ㈜화이트넥스트는 개관 당시 하루 700∼800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서초구의 조사 결과 5∼7월 앨리스파크를 찾은 이는 3648명. 하루 평균 50명에도 못 미친다. 서울시의 수유 및 풍납영어캠프에 수용인원의 평균 2배 이상이 신청하는 데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운영사 ‘노하우 부족’, 구청 ‘방치’=앨리스파크는 공원 내 터를 무상 제공받아 일정 기간 운영한 뒤 서초구에 기부하는 조건으로 ㈜화이트넥스트가 지었다. 서초구는 자체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관내에 영어마을이 생긴다며 반겼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개관 이래 운영은 순탄하지 않았다. 1시간 반짜리 프로그램은 한 번 방문한 이용객을 다시 끌어오지 못했다. 연령 제한이 없던 이용대상도 결국 유치원생으로 한정됐다. 3, 4월에는 시설과 프로그램 정비를 한다며 아예 휴관했다.

앨리스파크의 조동숙 원장은 “처음 기획을 교육이 아닌 광고전문가들이 하다보니 ‘영어 놀이터’란 발상은 좋았지만 교육적 효과가 부족했다”며 “규모 있는 시설을 운영할 노하우나 역량이 부족한 채 출발했다”고 인정했다. 현재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교육기획팀을 새로 구성해 테마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공공용지를 무상 제공하고도 지원이나 감독에 손을 놓은 서초구도 앨리스파크 표류에 한몫했다. ▽우후죽순 추진되는 구청 영어마을=영어마을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면서 서울의 다른 구청에서도 영어교육시설을 추진하는 곳이 많다.

양천구, 강서구, 금천구 등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인 ‘제3영어마을’을 유치하겠다며 터를 제시하고 나섰다. 이곳들은 유치에 실패하더라도 자체 시설을 짓겠다는 입장이다.

강남구도 지난해 자체 영어마을 설립을 발표한 뒤 폐교 등 터를 물색하며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비용이 수백억 원 드는데다 효과도 입증되지 않아 올해 초 계획을 접었다.

교육부 김천홍 영어교육혁신팀장은 “인구나 예산 규모가 작은 구청에서 치밀한 타당성 조사 없이 짓는 영어마을은 애물단지로 남을 가능성이 있고 교육효과도 작다”고 지적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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