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교수 121명 '인문학 위기 선언'

  • 입력 2006년 9월 15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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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문과대 교수 121명이 서명한 '인문학 선언'을 시작으로 주요대학 문과대 학장도 인문학 관련 선언에 동참한다.

조광 고려대 문과대 학장은 9월 26~27일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인문주간' 행사에서 주요 대학 인문대 학장이 모여 인문학 관련 선언을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고려대 문과대 교수 20명은 15일 오전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에서 문과대 설립 60주년을 맞아 기획한 '자유·정의·진리:시장 근본주의를 넘어서' 심포지엄에 앞서 문과대 교수 121명이 서명한 '인문학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서 이들은 "시장논리에 대한 맹신으로 인문학의 존립 근거가 위협받고 있다"며 "대학의 연구활동과 교육행위마저 상업적으로 변질됐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인문학이 그동안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체질을 개선하는 데 소극적이었다"며 "인문학이 시대상황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문정신이 경시된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기존의 사회운영 원리와 도덕의 해체, 생명 경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인문학은 기술변화가 가져올 사회적·문화적 파장에 대해서 성찰하고 과학적 탐구의 윤리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환 철학과 교수는 강연에서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이 대학 총장에 출마해 학문의 전당을 아예 시장판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박동건 문과대 부학장은 "인문학의 위기는 상업주의로 흘러가는 시대를 잘못 읽은 인문학자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며 "인문학의 위기는 정치경제적인 문제와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인문학을 상대적으로 홀대하는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학자들이 나서서 선언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참석한 교수 대부분은 인문학이 위기상황과 인문학의 의의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마땅한 해결책이 안 보인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호철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인문학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회와 학계의 관심을 호소하고 인문학 연구자들의 책임의식을 불러일으키려는 학문적 선언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설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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