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영일]우리도 한때 외국인 노동자였다

  • 입력 2006년 9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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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민 사이에 소위 3D(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직업 기피증이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그 일을 불법이든 합법이든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이 땅에 발을 들여 놓은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하고 있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외국인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여러 사업장에서 악덕 사업주에게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작업 중 상해를 입어도 보상조차 받지 못한 채 제 나라로 강제출국 당했다는 외국인 노동자에 관한 슬픈 이야기들을 종종 듣곤 한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차별이 있지만 그중 언어와 생김새, 문화가 전혀 다른 후진국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유독 심한 듯하다.

그들의 상황에서 한국은 돈을 벌 수 있는 나라, 자국으로 돌아가면 부자로 행세할 수 있게 하는 인생 역전의 나라일 것이다. 실제로 일부는 한국에서 돈을 벌어 제 나라로 돌아가 좋은 집을 사고 훌륭한 사업체를 꾸려 가족과 친지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들 자신도 이방인으로서 겪어야 할 어느 정도의 차별대우는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사실, 외국인 노동자들과 우리는 상생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고생으로 우리의 기본적인 생산력이 담보되고 있고 그들은 그 값으로 경제적인 안정을 얻고 있다.

만약 이 사실을 잊는다면 서로가 피해를 보는 상황을 맞을 것이다. 우리만 살겠다고 그들을 차별해선 안 된다. 그들을 차별하는 것이 우리만 살게 하는 것도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3D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만약 여전히 그들을 더불어 살 수 없는 이방인으로만 대하고 그들이 이 사회에서 담당하는 역할과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포용하고 정부의 지원도 늘려야 하는 것은 그들을 위한 인도적인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에게 그들이 절실하게 필요해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영일 한신대 대학교회 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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