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생산적 노사관계 틀’ 미루기만 하는 勞使政

  • 입력 2006년 9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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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종합순위 38위를 했지만 노사관계는 평가 대상 61개국 중 꼴찌였다. 이 분야는 2003년부터 4년 연속 꼴찌를 하는 바람에 눈에 더 띄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형 노사관계의 기본틀을 만들자는 ‘노사관계 로드맵’ 협상마저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 등 핵심 쟁점에 대해 노사는 5년간 시행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로드맵 작성을 3차례 15년간 유예하는 진기록이 세워졌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 2∼3년 후에 노사정(勞使政)이 또다시 맞부딪혀야 할 판이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원칙’의 문제다. 기업이 전임자 임금을 부담하는 예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전임자 임금을 노조가 스스로 부담하는 것은 노동운동의 독립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특히 중소업체의 경우 전임자 임금은 경영압박 요인이다. 대기업에서 수십 명의 전임자가 노동귀족층을 형성하면서 현장과 동떨어진 강경 노동운동을 주도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취업 장사’ 같은 노조 비리(非理)와도 무관하지 않다.

노사는 또 직권중재 제도를 없애기로 합의했다. 이 제도가 ‘노동악법’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필수 공익사업장에서의 극한 투쟁에 제동을 걸어 국민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을 줄이는 효과가 컸다. 어제 발전(發電)노조 파업에서도 직권중재권이 파업의 장기화를 막는 데 한몫]했다. 노사정은 직권중재 제도를 덜컥 폐지하기에 앞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부터 찾아내는 것이 바른 순서다.

노사정이 추구해야 할 노사관계의 1차 목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맞춰져야 한다. 고용의 유연성을 높여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 경제성장도, 근로자 삶의 질 향상도 어려워진다. 경제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을 곧바로 제거하지 않고 이번처럼 임시방편으로 덮기만 하면 노사관계 선진화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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