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일 교육내정자 “사교육 성행, 교육부 잘못된 정책 탓”

  • 입력 2006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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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사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내정자는 교육 전문가답게 다양한 기고와 저술활동을 통해 자신의 교육관과 정책을 밝혀 왔다. 그는 고교 교육의 신뢰 회복을 통한 입시문제 해결과 학교 다양화 정책, 대학과 사립학교의 자율성 보장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김 내정자의 소신 가운데 상당수는 현 교육부의 방침과 다르다. 그의 소신이 현 교육정책을 어느 정도 바꿀 수 있을지, 아니면 현 정권의 방침에 밀려 좌절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교수신문에 기고한 ‘대입선발제도의 성공조건’이란 글에서 2008학년도 대학입시는 고교에 대한 신뢰 구축과 정확한 내신 성적 반영이 선행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대평가로 내신을 산출하는 교육부의 정책 때문에 대학이 고교와 내신을 믿지 않는다”며 “고교가 주도하는 전국단위 학력고사를 도입해 고교(가) 교육에 올인(다걸기)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대학별 학과별 특성을 살려 신입생 선발 기준을 대학이 자율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학교생활기록부 비중을 높이고 본고사 등을 금지하는 교육부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는 정부가 대학 정원이나 관리하는 데 머물지 말고 학업 내용을 강화해 졸업을 어렵게 만드는 등 대학 교육의 질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김 내정자는 각종 기고에서 “법정 교수 수와 시설 기준, 졸업생 학력 등을 점검하면 (대학) 정원은 자연스럽게 조정된다”면서 “대학은 물론 초중고교에서도 ‘유급제도’가 필수적이다”라고 밝혔다.

학교 다양화와 영재교육 강화도 김 내정자의 오랜 소신이다. 그는 2002년 한국교육신문에 기고한 ‘대통령 후보들의 교육정책’이란 글에서 “교육 수월성을 위해 정책 방향을 교육의 질 관리로 돌려야 한다”면서 영재교육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법을 고쳐서라도 국제중학교 설립을 막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자립형사립고의 확대 실시에 미온적인 교육부의 정책과 큰 차이가 있다.

김 내정자는 올해 펴낸 ‘교육생각’에서 “사립학교를 국공립학교의 연장선상에서 다루지 말고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게 정책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현 교육제도가 획일적일 뿐만 아니라 교육행정도 너무 경직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02년 ‘교육정책으로 학부모를 그만 괴롭혀라’라는 글에서 “교육 당국의 획일적인 지시나 교육부와 지방교육청 사이의 대립은 학교 운영에 방해만 된다. 자사고의 경우 여건과 능력이 되는 사립학교가 전환하고 싶다면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교육생각’의 머리말에서 “교육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너무 커 교육정책 추진이 힘들다거나 사교육이 학부모의 과열된 교육열 때문이란 일부 교육 관료의 주장은 잘못됐다”며 “정부가 교육철학과 장기 비전이 없기 때문에 교육정책이 꼬이고 사교육이 번창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내정자의 새 교육철학과 비전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같은 내용 논문 중복 제출, BK21 심사서 0점 처리▼

김 내정자가 같은 내용의 논문을 두뇌한국(BK)21 사업 연구실적으로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중복 제출했다가 0점 처리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김 내정자는 2000, 2001년 서울대 교육학과와 국민윤리학과의 BK21 사업인 ‘아시아태평양교육발전연구단’의 단장을 맡았으며 학술저서 2권, 논문 4편, 연구보고서 1편을 연구실적으로 제출했다. 이 사업단은 2002년 교육부의 중간평가에서 중도탈락했다.

이 가운데 김 내정자가 2001년 5월 열린 ‘비전@한국 창립기념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논문 ‘한국 교육위기의 본질과 정책방향’은 같은 해 6월 ‘한국논단’과 ‘4월의 소리’라는 잡지에도 실렸다.

그는 이 논문을 2001년 11월 제6회 관악교육정책포럼에서 ‘교육위기와 정책의 구조적 문제’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고쳐 기조 발제문으로 발표했다.

김 내정자 측은 “조교의 단순 실수이지만 책임은 교수에게 있다”며 “학진 심사에서 중복 제출이 확인돼 0점 처리됐다”고 해명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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