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강경고수 왜?…PD계열 집행부, 온건파와 노선 투쟁

  • 입력 2006년 9월 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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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대전 대덕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들이 강력한 투쟁을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대전 대덕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들이 강력한 투쟁을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달 30일 대의원대회에서 올 하반기에 연가투쟁 등 강경 투쟁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하자 교육 현장이 혼란을 겪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전교조가 일반 조합원의 의사보다는 집행부 간의 내부 권력싸움 때문에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다.

▽전교조 “강경 투쟁” 재확인=집행부는 대의원대회에서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강경 기조의 사업 계획을 원안대로 승인받았다.

장혜옥 위원장은 31일 기자회견에서 “차등성과급과 교원평가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를 위한 연가투쟁을 10월 말 벌이기로 결정했다”며 “날짜는 10월 대의원대회에서 재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행부 입장에선 10월 연가투쟁을 얻어냈지만 투쟁 시기까지 정하자는 당초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반대파 대의원들이 연가투쟁 시기를 10월에 다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정하자고 맞섰기 때문이다.

경남 지역의 한 대의원은 “이번 대회는 집행부의 반쪽 승리”라며 “집행부가 일방적인 강경 투쟁이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 강경 투쟁 계속?=강온(强穩) 차이는 있지만 전교조가 집행부가 바뀌어도 강경 투쟁을 고수하는 것은 내부 세력 다툼 때문이란 분석이다.

전교조는 민중민주(PD) 계열의 강경파와 민족해방(NL) 계열의 상대적인 온건파가 집행부 장악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PD 계열의 장 위원장 집행부는 모든 교육정책을 신자유주의로 보고 이를 허용하면 교원이 큰 피해를 본다며 교원평가제 총력 저지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반면 NL 계열의 전임 집행부는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고립될 수밖에 없다며 유연한 투쟁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계파도 확실한 다수가 아니어서 선거 때마다 상대를 흔들고, 집행부를 구성하면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강경 노선을 쓰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지난해 이수일 전 위원장은 교원평가제 저지 연가투쟁을 연기했다가 현 집행부의 공세로 밀려났다.

전교조의 한 간부는 “전임 집행부가 참여정부와 밀월관계를 유지하다 교원평가제도 막지 못해 조합원들에게 욕만 먹었다”고 비판했다.

전교조 간부 출신의 김대유 교장선출보직제와 학교자치실현연대 대표는 “현 집행부는 교원평가제 저지를 공약으로 당선된 만큼 정체성을 부정하는 온건 노선을 택하기가 쉽지 않다”며 “12월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더 강경한 투쟁 전략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집행부의 강경 투쟁에 일반 조합원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한 초등교사 조합원은 “표준수업시수도 교육인적자원부가 주장하는 평균시수 기준이 아니라 최대시수 기준을 고집해 법제화가 더 어렵다”며 “현실성 없는 강경 노선으로 조합원은 물론 국민에게서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단체 비판=‘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은 “교원평가와 성과급 차등지급 반대는 철밥통을 지키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연가투쟁을 강행하면 전교조 교사 퇴출 운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육과 시민사회는 “과격한 투쟁은 비생산적인 갈등만 초래한다”며 “교원평가제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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