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피플즈/간호사서 검시관 변신한 이자영 씨

  • 입력 2006년 8월 22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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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살인 사건 현장에는 ‘이유’가 있지요. 그 이유를 밝히는 것이 제가 담당하는 업무입니다.”

인천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에서 근무하는 이자영(32·여) 씨는 인천에서 발생하는 살인 사건 현장에 어김없이 출동한다.

베테랑 강력반 형사도 피해자의 온몸이 흉기에 찔려 피가 흐르는 참혹한 사건 현장에 도착하면 일단 고개를 돌리기 마련.

그러나 이 씨는 냉정함을 잃지 않고 시신에 난 상처 깊이와 손상 형태 등을 꼼꼼하게 살핀다.

사건을 해결하는 데 실마리가 될 수 있는 단서를 현장에서 하나도 빠짐없이 찾아 기록해야 하기 때문.

그는 지난해 11월 경찰청이 보건직 공무원(15명)을 선발할 때 합격했다. 6개월간 교육과정을 거쳐 최근 인천경찰청에서 검시관 업무를 시작했다.

검시관은 과학수사요원과 함께 현장에 도착해 시신에 대한 감식작업을 담당한다. 시신을 부검할 때에는 부검의에게 현장 자료와 의견을 제출하고 있다.

1997년부터 5년간 인천 가천의대 길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한 미혼 여성인 그가 검시관을 지원한 이유는 무얼까.

“세상에 사람이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간호사도 좋은 직업이지만 범죄 현장에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검시관 업무가 보람 있을 것 같아 지원했어요.”

간호사로 근무하며 수많은 환자의 죽음을 지켜봤지만 검시관이 된 이후 처음 찾은 사건사고 현장의 참혹함은 견디기 어려웠다고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교육받던 초기에는 시신의 잔상이 지워지지 않아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천직으로 생각하니 시신을 대할 때 느꼈던 두려움도 어느 정도 해소되더군요.”

6개월간 검시관 교육을 받으며 그가 살펴본 시신만 600여 구가 넘는다.

시신을 살펴본 뒤 보고서를 작성해 나가는 손놀림은 초기에 비해 훨씬 능숙해졌다는 것이 동료들의 평가.

하지만 현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사망자에 대한 명복을 빌고, 소식을 듣고 찾아온 유족에게도 항상 깍듯하게 애도를 표하고 있다.

그는 “사건 해결을 위해 밤낮으로 뛰는 형사들의 열정에 감탄하고 있다”며 “냉정함을 잃지 않고 검시관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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