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은 열정가진 선생님들 손에 달려”

  • 입력 2006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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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화학상 치에하노베르 교수의 ‘과학을 살리는 방법’

“학생 때부터 한쪽 학문에만 몰두하게 해선 안 됩니다. 이젠 과학교육의 경계를 허물 때입니다.”

12일부터 17일까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제19회 국제화학교육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이스라엘의 테크니온이스라엘공대 아론 치에하노베르(59·사진) 석좌교수는 16일 본보 기자와 만나 “과학교육이 살 길은 단순한 지식 제공이 아니다”고 말했다.

치에하노베르 교수는 또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폭넓은 호기심과 열정을 불어넣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백질의 사멸(死滅)에 관련된 만능 단백질 ‘유비퀴틴(ubiquitin)’의 존재를 증명해 2004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세포의 죽음과 노화로 이어지는 단백질 사멸 과정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것이다.

그는 과학교육의 문제점으로 ‘구조적인 악순환’을 꼽았다.

치에하노베르 교수는 많은 학생들이 딱딱한 과학에 흥미를 잃고 돈 벌기 좋은 학문에 몰리고 있는 현상을 개탄했다. 교육자들도 흥미를 잃게 되면서 과학이 기피 분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안으로 “학문 간에 쳐 있는 빗장을 허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화학과 생물학 간에는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학문 간의 두꺼운 장벽이 무너지면서 독창적인 최신 아이디어가 막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도 그런 경험을 하게 한다면 과학을 새로운 시선으로 볼 겁니다.” 이를 위해 교사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치에하노베르 교수는 한때 외과학을 전공한 야심 많은 의사였다. 그런 그가 ‘돈 되는’ 의사를 그만두고 순수학문으로 관심을 돌린 것은 단지 지적인 호기심이 발동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학생 시절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선생님들의 역할이 컸어요. 끊임없이 비전을 던져주고 동기와 호기심을 갖도록 가르치셨지요. 만일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그도 직접 어린 학생들을 만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 이스라엘을 오가며 한 해 30여 차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12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서울과학고에서 열린 대중강연에서 그는 세포 생성과 소멸을 소재로 ‘생명의 역동성’을 설명했다.

1980년대 미국 유학 시절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는 그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한국은 매력적인 파트너”라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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