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언론 접촉한 죄?

  • 입력 2006년 8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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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여러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의 경질 사유를 들여다보면 신문관련법 이외에도 유 전 차관의 언행과 접촉대상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지만 그들의 해명만으로도 이번 경질이 코드가 다른 고위 공직자에 대한 보복성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일부 언론을 통해 “보수언론에 대해 지속적으로 신문법 관련 정보를 유출하고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유 전 차관에 대한 ‘혐의 사실’을 흘렸다. 유 전 차관에 대해서 ‘내밀히 조사했다’는 사실도 숨기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보수 언론’에 대해 유 전 차관이 정보를 실제로 유출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청와대가 자신들에 비판적인 언론과 접촉하는 공직자들에 대해 ‘지속적인 감시’를 해 왔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고위 공직자들의 비판 언론 접촉이 청와대의 감시대상에 포함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4년 오지철 전 문화부 차관이 친노(親盧) 인터넷 매체인 ‘서프라이즈’의 당시 대표 서영석 씨의 부인에 대한 교수 임용을 청탁했다는 이유로 옷을 벗었다. 당시 문화부 내에서는 오 전 차관이 “신임 정동채 장관을 위해 몸을 던진 것 아니냐”는 구설(口舌)이 끊이지 않았다. 청와대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은 이 사태와 관련해 당시 “익명으로 비판적 발언을 한 문화부 관계자가 누구냐”고 본보 기자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유 전 차관이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과 386을 비방하고 다녔다”고 청와대가 일부 언론에 흘린 내용도 코드에 맞지 않은 고위 공직자의 언행이 어떻게 적나라하게 청와대에 보고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2004년 외교통상부에서는 북미국의 한 과장이 술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인사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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