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주범’은 역시 콘크리트숲…제주시 20년간 12일 늘어

  • 입력 2006년 8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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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주시의 2004년 열대야 발생 일수는 32일. 하지만 같은 제주도라도 한라산 동남쪽 끝의 청정지역 서귀포시 성산포의 열대야는 17일에 그쳤다.

지난 20여 년간 제주시의 열대야 발생 일수는 12일이 늘었지만 성산포의 경우는 변화가 없었다.

최근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의 많은 지역에서 열대야 일수는 1980년대 이후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제주시와 성산포의 열대야 일수 차이는 이런 일반적 변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제주시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콘크리트 숲’에서 밤잠 설친다=급속히 진행된 도시화가 한국의 열대야 현상을 심화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미국 럿거스대 최광용(지리학) 박사와 기상청 기상연구소 권원태 기후연구실장이 지난해 12월 지리학회에 공동 제출한 ‘우리나라 열대야 현상 발생의 시공간적 특징과 최근의 변화’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확인된 것.

연구진은 1973∼2004년 한국의 61개 관측지점의 열대야 발생 빈도를 조사한 결과 1990년 이후(1990∼2004년) 대도시를 중심으로 열대야가 이전(1973∼1989년)보다 연간 2∼12일 늘었다고 밝혔다.

반면 경북 문경시∼의성군, 경남 거창군∼합천군 등 도시화가 진행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열대야가 오히려 줄었다. 이는 도시화로 인해 들어서는 도로 건물 등이 열을 가두는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상청 윤원태 기후예측과장은 “흙이나 풀이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바뀌고, 사방이 콘크리트인 아파트 단지나 고층 빌딩이 늘면서 도시에서는 낮 동안 쌓인 열이 빠져나갈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제주시의 경우는 산림의 감소가 열대야 일수를 급격히 늘린 대표적 사례.

제주시와 산림청에 따르면 1980∼2004년 제주시에 골프장과 관광시설, 도로 개설, 택지 조성 등 각종 개발사업이 성행하면서 2889ha(873만9200여 평)의 산림이 사라졌다.

▽‘열 환경’ 고려한 도시로=위도가 동일하고 지리적 특성이 비슷하더라도 인구밀도에 따라 열대야 발생 일수에 차이가 컸다.

인구밀도가 km²당 2873명인 대구는 초저녁(오후 9시경) 열대야가 연평균(1973∼2004년) 51일에 달했다. 그러나 인구밀도가 km²당 80명인 경남 거창군에서는 열대야가 연평균 16일만 나타났다.

서울여대 송영배(환경생명공학부) 교수는 “냉기류가 이동할 수 있도록 바람 길을 만들고 도심 곳곳에 녹지나 하천 등을 조성해 자연이 열을 식히는 용량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며 “개별 건물에도 옥상정원 등을 조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 등 선진국처럼 건물이나 도로에 열을 차단하는 페인트나 자재를 쓰고, 습기를 머금을 수 있는 보도블록을 설치하는 등 ‘열 환경’을 조절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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