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새터민 어린이 등 5명 ‘바다 구경’

  • 입력 2006년 6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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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북 경주시 감포해수욕장에서 태어나 처음 바다를 본 새터민 윤향미 양(왼쪽)은 “바다가 이렇게 크고 시원할 줄 몰랐다”며 즐거워했다. 경주=홍진환 기자
26일 경북 경주시 감포해수욕장에서 태어나 처음 바다를 본 새터민 윤향미 양(왼쪽)은 “바다가 이렇게 크고 시원할 줄 몰랐다”며 즐거워했다. 경주=홍진환 기자
“태어나 처음 보는 바다예요. 기분이 정말 상쾌하고 좋아요.”

26일 경북 경주시 감포해수욕장을 찾은 윤향미(16) 양은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TV에서만 봤던 바다가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넓었기 때문이다. 윤 양은 “바다가 이렇게 크고 시원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윤 양은 지난해 9월 오빠(20)와 함께 북한을 탈출한 뒤 몽골을 거쳐 같은 해 11월 입국한 새터민이다. 새터민 박지영(14) 김란향(8) 양, 저소득층 자녀인 김민종(8) 군, 박지혜(9) 양도 자리를 같이했다.

이들은 ㈜한국야쿠르트 ‘사랑의손길펴기회’가 후원하고 ‘한국메이크어위시(Make-A-Wish)재단’과 본보가 함께하는 ‘꿈은 이루어진다’ 행사를 통해 평소 바다를 보고 싶었던 꿈을 이뤘다.

처음 보는 사이인 이들은 바다를 보는 소원을 이룬 공통점 덕분인지 금세 친해졌다. 바닷가에 도착하자마자 물장구를 치며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막내인 민종이와 란향이가 가장 신이 났다. 파도가 밀려오자 민종이는 신발을 신은 채로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란향이도 모래밭을 뛰어다니며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향미와 지영, 지혜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아직까지 남한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향미는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 전환을 위해 바다를 보고 싶어 했다. 내륙인 함북 무산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바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향미는 “탁 트인 바다를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릴 거 같았다”며 “바다에 오니까 기분이 상쾌하고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두 살 때이던 2000년 어머니(36) 품에 안겨 북한을 탈출한 뒤 중국에서 생활하다 지난해 입국한 란향이는 한국에서 서울을 벗어난 적이 없어 바다 여행을 꿈꿔 왔다. 민종이는 바다 위에 떠 있는 큰 배를 보고 싶어 했다.

이들은 바닷가에서 자신들의 장래 희망을 적은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냈다. 바다를 보고 싶어 한 꿈이 이뤄졌듯이 장래 희망이 꼭 이뤄지게 해 달라는 소망을 풍선에 함께 실었다.

향미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지영이는 패션 디자이너, 란향이는 화가, 민종이는 프로 게이머, 지혜는 헤어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적었다.

한편 4월 18일부터 6월 27일까지 진행된 ‘꿈은 이루어진다’ 캠페인에 1188명이 소원을 적어 냈고, 이 가운데 별을 보고 싶어 한 어린왕자 이태현(7) 군,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 한 우한나(12) 양 등 모두 142명의 꿈이 이뤄졌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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