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일촌 맺기? 우린 ‘친정 맺기’랍니다

  • 입력 2006년 6월 29일 0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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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칠곡교육문화복지회관 2층 다기능실습실. 칠곡으로 시집 온 외국인 여성 17명은 ‘한국인의 아내로 살아간다는 것은’이란 주제의 연극을 관람했다. 칠곡 지역 생활개선회원 20여 명도 이들과 함께했다. 생활개선회 주부들은 국제결혼으로 이주한 여성을 대상으로 6월부터 8월 초까지 ‘한국어 및 한국문화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이달 초부터 회원 2, 3명이 이주 여성 한 명을 친자식처럼 돌보는 ‘친정 맺기’를 했다. 매주 월, 수, 금요일에 3시간씩 열리는 교육을 위해 곳곳에 흩어져 사는 이주 여성을 교육장까지 데려오고 다시 데려다주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2년 전 칠곡군 가산면으로 시집와 아이를 낳은 베트남 출신 김토아(23) 씨는 “아직도 한국이 많이 낯설지만 한국어와 풍습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면서 “훗날 아이 교육까지 잘 시킬 수 있도록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 여성은 서툰 한국어보다 정서적인 불안정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교육 관계자들은 말했다.

칠곡군 이경숙(48·여) 여성개발담당은 “이주여성이 한국인으로서 당당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시댁 가족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북 지역의 국제결혼 이주여성은 현재 2417명. 포항 362명을 비롯해 울릉도 7명까지 도내 모든 시·군에 이주여성이 살고 있다. 2003년 1300여 명에 비해 배 가량 늘었다. 전국의 이주 여성은 3만 2000여 명이다.

이달 초 예천군에 문을 연 국제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에선 다음달 말까지 이주여성 30여 명이 한국어, 컴퓨터, 요리를 배우고 상담을 받는 등 현재 도내 13개 시·군에서 이주여성 400여 명이 한국 배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주 여성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주여성을 위한 교육을 여성회관 등에서 하지만 교통비가 지원되지 않아 칠곡군 생활개선회 주부들이 사비를 들여 이주여성을 교육장소까지 데려오고 있다.

경북도 정순자 여성정책과장은 “이주 여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줄 것을 중앙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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