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허진석]‘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했는데

  • 입력 200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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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시의 50대 초등학교 여교사가 1학년 아이들을 ‘폭행’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학부모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동영상 속 여교사는 아이들을 잇달아 불러내 손으로 뺨을 때리고, 공책을 세차게 던지며 모멸감을 주고 있다. ‘노트 정리 미숙’이 이유였다. 결국 그는 직위해제됐다.

인터넷에 동영상이 공개되자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비난과 함께 자신이 학창시절 당했던 구체적인 폭행 사례들이 수없이 올라왔다. 동영상으로 찍히지만 않았을 뿐이지 비슷한 사례들이다.

초등학교에 처음 아이를 보낸 학부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교사의 구타다. 올해 처음으로 학부모가 된 이웃집 주부도 이 문제 때문에 속을 태우며 산다. 입학 4개월째인데 4년은 된 것 같다는 하소연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항의도 못하는 것이 부모 처지다. 동영상 속 아이들의 부모도 이번 건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이웃집처럼 속만 태웠을지 모른다.

규율이 중시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회가 크게 바뀌었다. 특히 인권이나 개인의 자유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

어떤 조직이든 관행과 관습에 매몰돼 변화에 둔감할 수 있다. 수십 년 교편을 잡은 분들도 예외는 아니다. 모 대학에서 교수들을 상대로 성희롱 예방법을 교육하려 하자 반발이 있었다. 그러자 총장이 나서서 교수들을 설득했다. “이 교육은 교수님들을 모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지금은 학생이 착실해서 쓰다듬어 주어도, 받아들이는 학생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으면 범죄가 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만약 아이들을 ‘덩치만 작은 어른’으로 생각했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 아이들도 인격이 있다. 다만 약자일 뿐이다. 수십 년간의 관행 때문에 교사가 아이들 인격의 중요성에 대해 무감각해졌다면 사회의 요구와 눈높이를 맞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교사와 아이, 모두가 상처를 받는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교육’이다. 교사가 교육을 하는 것은 교육의 효과를 믿기 때문이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부족한 게 있으면 배워야 한다. 세상의 변화와 소통하기 위해 기업들이 수많은 재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듯, 교사를 위한 재교육도 필요하다.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이다.

허진석 기획특집부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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