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學母대학… “孟母는 못돼도 學母는 돼야죠”

  • 입력 2006년 6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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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대구 서재중 학모교육대학 교실에서 수업을 마친 어머니들이 정병표 교장 등 교직원과 자리를 함께했다. 학교와 가정이 만나야 학생도 바르게 자란다는 게 이들의 믿음이다. 대구=이권효 기자
15일 대구 서재중 학모교육대학 교실에서 수업을 마친 어머니들이 정병표 교장 등 교직원과 자리를 함께했다. 학교와 가정이 만나야 학생도 바르게 자란다는 게 이들의 믿음이다. 대구=이권효 기자
“학교와 가정이 만나야 교권이 바로 서고 아이 교육도 든든해지겠죠.”

15일 대구 달성군 서재중 3층 ‘학모교육대학’ 전용 교실. 서재중에 다니는 자녀를 둔 어머니 40여 명이 강사의 수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들은 4월 초 학모교육대학에 등록했다. 12월 중순까지 매주 목요일에 모여 152시간을 공부한다.

교장과 담임교사는 예습과 복습 등 학습지도, 학교교육과 가정, 친구 관계, 성적 관리, 진로 적성교육, 신문 읽기 방법 등을 가르친다.

수업의 절반은 청소년 인성, 성교육, 외국어 공부 요령, 평생교육, 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초빙강사가 맡는다.

95% 이상 출석하고 자녀교육에 관한 소논문을 내야 ‘사각모’를 쓸 수 있다.

어머니의 학습 내용은 ‘생활기록부’에 정리돼 남는다.

2004년 개교 직후 이 프로그램을 만든 뒤 수업에 빠지는 어머니가 거의 없다.

서재중은 사회가 빠르고 다양하게 바뀌는데 학교의 힘만으로는 청소년 교육을 잘하기 어렵다는 정병표(58) 교장의 판단에 따라 학모교육대학을 마련했다.

정 교장은 수업을 듣는 어머니를 만나 학교교육에 관한 의견을 나눈다. ‘훌륭한 자식은 부모가 만든다’는 제목의 교재도 만들었다.

그는 “한국의 어머니는 자녀교육에 관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좀 이기적인 면이 있다”며 “자기 자식만 위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교육을 생각하는 열린 마음을 갖게 되는 게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분회장인 김형기(44) 교사는 “어머니들이 목요일마다 학교에 와서 공부하는 모습에 교사와 학생들이 자극을 받는다”며 “담임과 자연스럽게 상담도 한다”고 말했다.

학모 대표인 추현숙(40) 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친구를 사귀는지 구체적으로 몰랐는데 여기에 나오면서 학교 사정을 훨씬 잘 알게 됐다”며 “아이와 집에서 이야기를 할 때도 이전보다 더 잘 통하는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추 씨의 딸인 1학년 이유지(14) 양은 “목요일이면 ‘엄마가 학교에 오시는 날이구나’ 하는 생각에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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