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달라진 종로, 발길이 절로 가네

  • 입력 2006년 6월 6일 03시 02분


코멘트

낡은 건물이 오밀조밀 모여 있고 좁은 보도 위로 사람들이 북적이는 종로. 고층 빌딩이 즐비한 강남과 달리 사람 냄새나는 시가지였다. 하지만 복잡하고 낙후된 인상은 피할 수 없었다.

빛바랜 종로 거리가 달라졌다. 서울시는 종로 1∼6가 2.8km 구간을 국제적 수준의 거리로 만들기 위한 2년여에 걸친 프로젝트를 1일 마쳤다. 전통적인 강북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세련된 거리로 단장한 종로를 5일 걸었다.

▽600년 고도, 역사 살린 종로=우선 울퉁불퉁했던 보도 블록이 매끈해졌다. 그간 종로의 보도는 재료와 포장 패턴이 제각각인 데다 깨진 곳이 많아 다니기 불편했다.

보도는 화강석을 주재료로 각 거리의 특성에 맞게 패턴과 부재료를 달리했다. 상업거리 1가는 비즈니스, 전통문화거리 2가는 보신각, 영화거리 3가는 필름을 형상화했다. 역사거리 4가는 종묘, 주단상가거리 5가는 옛 주단시장, 패션거리 6가는 직물 이미지를 표현했다.

거리 안내판도 단아한 검은색으로 새로 세웠다. 지도와 글씨를 크게 하고, 어두워도 볼 수 있게 전등을 달았다.

미관을 해치던 한전 시설물은 218개 가운데 63개를 철거했다. 남은 시설에는 전통 문양을 그리거나 새로운 색상으로 갈아입혔다. 네모반듯했던 공중전화 부스는 142개를 80개로 줄이면서 사이버 재질의 역동적인 모양으로 바꿨다.

▽걷고 싶고 머물고 싶은 종로=북적대는 종로에도 앉아 쉴 곳이 생겼다. 종로의 시작점, 종각 앞 교통섬이 광장으로 단장된 것. 광장에는 벤치를 놓고 사과나무 소나무 등을 심어 도심 속 작은 공원을 만들었다.

또 지하상가로만 거리를 지나다닐 수 있었으나 차도에 건널목을 놓아 보행자를 고려했다. 이제 광화문 보행벨트처럼 종각과 종로4, 5가도 지상으로 건널 수 있게 됐다.

플라타너스로 단조로웠던 가로수도 특색 있게 바꿨다. 종묘 주변에는 장중한 소나무, 광장시장 부근에는 은행나무를 심었다. 또 곳곳에 나무와 꽃을 심은 폭 1.2m의 식재대를 설치했다.

▽남는 아쉬움=종로는 노점상이 밀집해 온 오랜 생활 터전이다. 하지만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못해 보기는 좋지만 쓸모는 없는 정비도 눈에 띄었다.

지하철 1, 3, 5호선 환승역인 종로3가역 주변에 조성된 휴게공간이 그렇다. 서울시는 이곳에 딛는 느낌이 좋게 목재로 바닥을 마감하고 벤치를 설치했다.

하지만 공간 대부분을 포장마차형 노점상이 차지해 목재 바닥은 드러나지 않았고 벤치는 짐 쌓는 곳이 됐다. 설치 한 달여 만에 목재는 부분적으로 파이거나 흠집이 났다.

쓰레기 더미나 노상 적치물이 거리 곳곳에 방치돼 있는 것도 개선할 점. 이에 대해 종로구청 관계자는 “휴게공간이 아닌 보도에서 노점 영업을 하도록 단속하는 한편 지속적인 거리 관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