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장 곳곳서 갸웃갸웃]“헷갈려서 원…” 무효표 속출

  • 입력 2006년 6월 1일 0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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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부터 유권자 1명이 한 번에 3장씩 두 차례에 걸쳐 모두 6장의 투표용지에 기표하는 ‘1인 6표제’가 실시됐다. 복잡한 투표방식 때문에 전국의 투표소에서는 유권자들이 기표를 제대로 못해 무효표가 속출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숫자는 뭐고 가나다는 뭐지?”=유권자들을 가장 혼란스럽게 한 부분은 기초의원 투표. 한 지역구에서 2∼4명을 선출하는 제도이나 기표는 1명에게만 해야 하지만 ‘한 투표용지에서 복수의 후보를 선택’하는 뜻으로 이해하는 유권자가 많았다. 실제 투표장에서는 ‘몇 명을 찍어야 하는지’를 묻는 유권자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또 지역구 기초의원의 경우 기호가 ‘1-가’, ‘1-나’ 식으로 부여돼 있는 것도 혼란을 부추겼다. 기호의 의미가 뭐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

오전 10시경 광주시 서구 ‘나’ 선거구의 투표소인 상일중학교를 찾은 김윤규(77) 씨는 “기초의원 선거에 열린우리당 3명, 민주당 3명 등 7명의 후보가 ‘가’, ‘나’, ‘다’ 후보로 출마했는데 왜 같은 당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투표용지도 6장씩이나 되고 두 번에 나눠 해야 하는 통에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오후 6시 투표 마감과 함께 광주 북구 KT&G에 마련된 개표장에서 개표를 시작한 결과, 첫 번째 투표함에서 나온 1576장 가운데 6.5%인 101장이 투표지 분류기가 인식하지 못하는 ‘미분류’ 용지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무효표로 상당수가 한 장에 세 번 찍었거나 아예 기표하지 않은 상태로 투표함에 용지를 넣은 경우인 것으로 집계됐다.

▽“너무 오래 걸려…”=특히 기초의원의 경우 출마자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였다. 오전 11시경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나온 김모(43) 씨는 “다른 선거에 비해 시간이 3배 이상 걸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대전 동구 용전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대학생 박모(23) 씨는 “투표한 뒤 여행을 떠나기로 했던 친구 중 일부는 투표소에서 순서를 기다리다가 버스 출발 시간 때문에 투표를 도중에 그만뒀다”고 전했다.

광주=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대전=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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