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승진평가 처음” 첫 시험대 과장들 진땀

  • 입력 2006년 5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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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과장은 지난해 부처 혁신활동에 상당히 열심이었다. 하지만 최근 혁신점수를 가장 낮게 받고서 업무에 흥미를 잃은 것 같다. 당신이 신임 국장이라면 김 과장을 어떻게 설득해 동기 부여를 할 것인가.’

재정경제부 A 과장이 최근 ‘고위공무원 후보자 교육’에 들어가 받은 역할연기 과제다.

5명이 팀을 짜서 A 과장은 국장 역할을 맡고 나머지 4명은 각자 김 과장과 직원 역을 맡았다. A 과장은 새로운 방식에 흥미도 느꼈으나 심적 부담이 컸다. 다음 달에 있을 고위공무원단 후보 역량평가의 사전 모의시험인 데다 수료를 못하면 아예 고위공무원단 응시 자격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6월 시행되는 고위공무원 후보 역량평가를 앞두고 각 부처에서 국장 보직을 받지 못한 3급 이하 과장들도 초비상이 걸렸다. 이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7월부터 국장급 이상으로 구성되는 고위공무원단에 들지 못한다.

일부 공무원은 “제도 개편 등 업무가 많이 밀려 있지만 ‘고위공무원단’만 떠올리면 일이 손에 안 잡힌다”며 “평가 방식이 공무원 조직의 특성을 감안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 과장들도 초비상

지금까지 국장급 승진 인사는 각 부처가 자체 인사위원회를 열어 결정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3개월간 후보자 교육 수료 △역량평가 통과 △인터뷰 등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중앙인사위원회가 상반기 고위공무원단 후보로 통보한 인원은 과장급 182명. 이들은 노무현 정부가 시도하는 인사 개혁의 첫 시험대에 오르는 셈.

후보자 중 한 명은 “20여 년 전에 치렀던 예비고사를 다시 보는 기분”이라며 “평가 방법이 공직사회에 발을 들인 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어서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부담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후보 역량평가를 받는 공무원은 하루 종일 프레젠테이션, 역할연기 등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평가는 일주일에 2번 실시하는데 중앙인사위는 하루에 6명씩 평가할 계획이다.

중앙인사위 관계자는 “나중에 평가받는 사람이 입소문으로 미리 시험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역할연기 등 민간 교육방식 도입

이에 앞서 3월 20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진행된 후보자 교육에 참여한 공무원들은 다음 달 역량평가 시험 과목인 9개 역량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을 교육받았다. 182명을 35개 팀으로 나눠 팀 단위로 역할연기 등을 통해 내용을 익히는 방식이었다.

기초교육이 끝난 뒤 후보자들은 각자 팀 내에서 자신과 팀원들의 평가를 종합해 부족한 2개 역량 부문에 대해서는 ‘보충 교육’도 받았다.

각 팀은 또 업무와 관련된 정책 과제를 하나씩 정해 이를 실제 업무에 반영하는 액션 러닝(Action Learning) 과정을 밟았다. 35개 팀 중에서 몇몇 팀이 제출한 정책 과제는 부처 차관의 승인을 거쳐 정부의 정식 정책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농림부 B 과장은 “후보자 교육에서 다뤄지는 형식대로 다음 달 역량평가가 실시되기 때문에 조금도 한눈 팔 틈이 없다”며 “공무원 인사정책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재경부 C 과장은 독후감 숙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책을 읽는 것은 고사하고 시중에서 구하기도 어려운 책이었기 때문.

인사컨설팅회사인 타워스페린 박광서 대표는 “민간에서는 이미 시행하는 제도”라며 “하지만 평가모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공무원들의 가욋일만 늘리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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