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한국 인구]“딸도 괜찮아” 9세이하 성비불균형 완화

  • 입력 200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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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란다. 테니스 코치 임모(37·서울 서대문구) 씨는 ‘다리가 늘씬하다’는 의사의 말에 6개월 뒤에 태어날 아이가 딸이란 사실을 눈치 챘다. “제가 3대 독자여서 부모님은 내심 서운해하시지만, 저희 부부는 별로 상관 안 해요.” 통계청의 ‘2005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는 임 씨 같은 젊은 부부가 늘면서 한국 사회에서 남아 선호 풍조가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여자 짝꿍이 없어 ‘홀아비’라는 우스갯소리를 듣는 남자 초등학생도 사라지고 있다. 반면 출산율 감소로 경제 현장에서 일할 생산가능인구가 크게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울한 현실도 숫자로 확인됐다.》

○ “성별 가리면 구식”

여자 100명에 대한 남자 수(성비)가 하락한 연령대는 만 9세 이하.

0∼4세의 성비는 2000년 110.2명에서 2005년 108.1명으로 2.1명 줄었다. 5∼9세의 성비는 같은 기간 4.4명 감소했다. 그만큼 남자의 비중이 작아진 셈.

전문가들은 요즘 젊은 부모들이 자녀의 성별보다는 몇 명을 낳아 어떻게 기를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고 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연구원은 “가구마다 경제력을 고려해 자녀를 적게 낳는 추세여서 남아 선호라는 고리타분한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고 말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두드러지는 데다 ‘키우는 재미’가 더 크다며 여자 아이를 선호하는 부모도 늘고 있다.

▶ 2005 인구주택총조사 전수(인구부문) 집계결과

▶ 본문 인구피라미드

▶ 전수(인구부문) 집계 결과 통계표

최근엔 ‘여아 선호 사상’이라는 농담이 생길 정도. 아이의 성에 대한 차별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한 아이만 낳고 이혼하는 부모가 늘어난 것도 남녀 성비가 균형점에 가까워지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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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한 ‘항아리형’ 인구 구조

인구 구조는 보통 경제 발전과 고령화 정도에 따라 피라미드형, 종(鐘)형, 항아리형 등의 순서로 변한다.(그래픽 참조)

피라미드형은 연령대를 유소년층, 장년층, 노년층 등 3단계를 아래에서부터 차례로 포갰을 때 삼각형의 형태를 보이는 것. 유소년층의 비율이 가장 높다.

종형은 유소년층과 장년층이 비슷한 인구 비율을 보이며, 항아리형은 장년층이 가장 많고 나머지 연령대는 상대적으로 적다.

한국은 1980년까지 피라미드형의 모습을 보이다가 종형을 거치지 않고 1985년부터 항아리형이 됐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출산율이 갑자기 떨어졌기 때문.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 인구 가운데 유소년 인구 비율은 19.1%로 2000년(21%)보다 1.9%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65세 이상 노년 인구 비율은 2000년 7.3%에서 9.3%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유소년 인구 비율이 △35% 이상이면 성장형 △20% 이상∼35% 미만이면 유지형 △20% 미만이면 퇴보형 경제로 본다.

한국교원대 김태헌(인구학) 교수는 “밑 부분이 좁은 바위가 제대로 서 있기 힘든 것처럼 유소년층 수가 적은 국가도 생산 활동 부진으로 경제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용인시 30만 명 늘어 ‘최다’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경기도 인구가 1042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1925년 이후 2000년까지 실시된 인구 전수 조사에선 항상 서울 인구가 최다였다.

서울 인구는 982만 명으로 2번째로 많았고, 이어 부산(352만 명) 경남(306만 명) 경북(261만 명) 인천(253만 명) 등의 차례였다.

2000년에 비해 인구가 가장 많이 증가한 기초자치단체는 경기 용인시로 30만 명이 늘었다. 경기 안산시(12만 명), 충남 천안시(10만 명) 등의 인구도 많이 늘었다.

통계청은 “최근 5년간 집값이 비싼 서울지역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인접지역으로 많이 이사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인구가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서울 송파구로 6만 명가량 줄었다. 잠실지구 재건축에 따른 이주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결혼 연령대가 늦어지고 독신자가 많아지면서 30대 초반(30∼34세) 가운데 미혼자 비율은 10.7%포인트 늘어난 30.2%였다.

만 30세 이상인 사람이 정규 교육 과정에서 교육 받은 햇수는 평균 11.01년으로 고등학교 2학년 수준의 학력을 갖고 있었다. 5년 전보다 0.77년 늘었다.

서강대 박상태(사회학) 교수는 “최근 인구 구조변화 추이를 감안할 때 한국 사회는 유소년에 대한 교육의 질을 높이고, 급증하는 여성 노인에 대한 일자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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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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