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여는 10분 독서 학교가 확 달라졌어요

  • 입력 2006년 5월 1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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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일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9일 오전 9시 ‘아침독서 10분’ 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고 있다. 지난해 4월 말 대구 시내 초중고교에서 시작한 독서운동으로 수업 분위기가 진지해졌고 독서 시간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교육청은 보고 있다. 대구=이권효 기자
대구 동일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9일 오전 9시 ‘아침독서 10분’ 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고 있다. 지난해 4월 말 대구 시내 초중고교에서 시작한 독서운동으로 수업 분위기가 진지해졌고 독서 시간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교육청은 보고 있다. 대구=이권효 기자
9일 오전 9시 대구 수성구 수성2가 동일초등학교. 등교시간이 막 지났지만 학교는 조용했다.

전교생 840여 명은 27개 교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교장을 비롯한 교사 33명도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지난해 4월 말 시작된 ‘아침독서 10분’ 운동은 학교의 아침 분위기를 확 바꿔 놓았다. 담임교사가 “조용히 하라”며 교탁을 두드리던 모습이 사라졌다.

남각현(南珏鉉·62) 교장은 “학생이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는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 하면서 사색하는 습관을 키우는 게 중요한 목표”라며 “오랫동안 학교에서 사라졌던 고요함과 집중이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3학년 한지윤(韓知潤) 양의 어머니 강순옥(姜順玉·38·수성4가) 씨는 “아침독서 10분 운동 덕분에 집에서도 저녁에는 TV를 끄고 유치원생 막내와 책을 보는 시간이 늘었다”며 “독서를 생활화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대구 지역 초중고교에서는 아침독서 운동이 조용히 번지고 있다. 410여 개 초중고교 학생 43만여 명과 교원 2만여 명이 거의 예외 없이 아침마다 손에 책을 쥔다.

1년 전만 해도 초중고교의 아침시간은 시끌벅적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코앞에 둔 고교만이 다소 예외였다.

대구시교육청 장학사들은 청소년이 읽고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방안을 논의했다. 한참 고민할 때 ‘아침독서 10분이 기적을 이룬다’는 책이 출판되자 아이디어를 얻고 실천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일부 교사들은 “10분 독서를 해봐야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 전시행정으로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다. 산만하거나 책을 멀리하던 학생이 10분 독서하는 습관을 통해 수업시간에도 집중하기 시작했다.

부담 없이 책을 가까이하도록 만드는 10분 전략이 적중해 시내 학교에 빠르게 확산됐다.

아침 10분 독서의 힘은 얼마나 될까. 10분 동안 읽는 양은 평균 20쪽. 한 달이면 2권을 읽을 수 있고 1년이면 6000쪽으로 단행본 20권을 읽을 수 있다.

초등학생이 시작하면 고교 졸업 때까지 3만6000분, 240권을 읽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구 지역 282개 유치원생(총 2만8000여 명)도 이달부터 독서 10분 운동을 시작했다.

신상철(申相澈) 대구시교육감은 “책을 읽는 분위기가 뿌리 내리면 교과 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학교폭력 같은 비행이 끼어들 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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