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린이날 만큼은 그늘 없도록…”

  • 입력 2006년 5월 3일 0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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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남루한 옷을 입은 채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던 소년소녀 가장들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한국케이블TV 제주방송 공성용(孔聖龍·59) 회장은 2일 제주지역 소년소년 가장 366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3660만 원을 송금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소년소녀 가장이 하루만큼은 평소 자신이 먹고 싶거나 하고 싶었던 것을 하도록 ‘용돈’을 줬다.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1992년 5월 어린이날에 소년소녀 가장에게 1인당 5만 원씩 지원한 이후 매년 송금했다.

지금까지 어린이날 보낸 액수는 1억7317만원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추석을 앞두고 3790만 원을 따로 지원했다.

공 회장은 “15년 전 어린이날에 어린 두 자녀와 돌고래쇼장을 찾았는데 마침 그 곳에 온 소년소녀 가장들이 우리 아이들 손에 있던 아이스크림을 보는 눈길이 너무나 애처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듬해 어린이날이 돌아오자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하루만큼이라도 먹고 싶은 것을 사먹도록 하자고 생각하고 용돈을 주기 시작했다.

공 회장은 불치병 소녀 입원비를 지원하고 장애인 대학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등 기회가 닿을 때마다 어려운 이웃에 관심을 기울인다.

공 회장은 “10년 전 ‘용돈’을 받은 소년소녀 가장이 성장한 뒤 편지를 보내올 때 가슴 뭉클함을 느낀다”며 “전에는 부모가 생존하지 않은 소년소녀 가장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부모 이혼으로 홀로 남겨진 어린이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남 거제도 출신으로 29년 전 제주에 정착한 공 회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불우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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