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야생버섯“꽃보다 아름답네”

  • 입력 2006년 4월 17일 03시 04분


코멘트
봄의 기운이 싹트기 시작한 15일 오후 한라산 해발 750m 성판악휴게소 부근 숲. 썩은 나무줄기에 운지버섯 군락이 보였다.

3∼4m 옆에는 마른진흙버섯, 치마버섯, 갈색꽃구름버섯이 널려 있었다. 고대 사람들이 ‘요정의 화신’으로 불렀던 야생버섯의 자태가 눈에 들어왔다.

버섯연구가인 고평열(高平烈·45·여) 씨는 “지금부터 버섯이 피어나기 시작해 여름철이면 온갖 버섯이 자리 잡는다”며 “버섯의 화려함과 모양새는 꽃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라산은 아열대, 온대, 한대 식물이 수직으로 분포하고 강수량이 풍부한 야생버섯의 보고(寶庫).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최근 한라산의 야생버섯 화보집을 낸 데 이어 제주도농업기술원이 체계적인 관찰보고서인 ‘한라산 버섯’을 발간했다.

▽곶자왈도 주목 받아=한라산 야생버섯은 다양성, 희귀성 등으로 무한한 생물자원 가치를 지니고 있다.

세계적으로 1만5000여 종의 버섯이 보고된 가운데 현재까지 제주지역에서 590종의 야생 버섯이 확인됐다. 실제로는 1000종 이상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농업기술원 조사에서 지난해 풍선버섯, 제주난버섯 등 9종이 국내 미기록종으로 밝혀졌다.

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재조명을 받는 ‘곶자왈’도 연중 온화한 기온과 다습한 환경 때문에 야생버섯의 은신처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농업전문학교 서건식(徐健植·특용작물학) 교수는 “한라산은 2000종에 이르는 식물상을 보여 설악산, 지리산보다 야생버섯이 훨씬 다양하다”며 “앞으로도 버섯도감에 없는 야생버섯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참살이 식품으로 각광=인공 재배되는 식용버섯으로는 느타리, 팽이, 양송이, 표고버섯이 있고 약용으로는 영지, 동충하초, 상황, 차가버섯이 대표적이다.

국내에 자생하는 야생버섯에 비하면 극히 일부 종만이 실생활에 쓰이는 셈.

버섯은 항암과 성인병 예방의 효능 때문에 대표적인 참살이(웰빙) 식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다양한 첨가제로 사용된다.

한국농업전문학교 장현유(張炫酉·특용작물학) 교수는 “국내 야생버섯 1500여 종 가운데 50%는 식용, 30%는 약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일본과 중국보다 연구가 뒤떨어져 유전자원 보존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버섯연구가 고 씨는 “야생버섯은 유기물을 분해해 무기물로 순환시키는 등 자연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며 “현재나 미래의 질병을 치유하는 방법을 야생버섯에서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