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세진]예산 줄이면서 어떻게 실업고 우대하나

  • 입력 2006년 4월 1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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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고 예산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2004년에 1807억 원이던 것이 2005년 1644억 원(2004년 대비 91%), 2006년 1481억 원(전년 대비 82% 수준)으로 해마다 줄었다.

16개 시도 중 실업고 예산이 늘어난 교육청은 서울 부산 대구 등 3곳뿐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13개 시도는 더욱 줄었다. 특히 전북의 경우를 살펴보면 처참할 지경이다. 2004년 78억 원에서 2005년 33억 원, 2006년 17억 원 등으로 줄어도 너무 줄었다.

사실 실업고에 대한 예산 배정의 차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실 냉난방 시설은 인문고보다 2년 늦게 설치됐다. 동료 교사는 “50평쯤 되는 캐드(CAD)실에 냉난방 시설이 없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 실습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3년 만에 에어컨 설치를 하게 된 편집실엔 다른 곳에서 쓰던 ‘95뉴모델’이 들어왔다. ‘쓰던 것 설치’라는 행정실 직원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하긴 했지만 제 성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기자재 확충과 내실 있는 실험실습, 그리고 교사 연수 등이 전반적으로 차질을 빚으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 또 실업고의 대학진학률이 10명 중 7명꼴인데도 인문고보다 턱없이 낮게 배정된 학력증진비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교육부가 2월 초에 발표한 ‘직업교육체제 혁신을 통한 교육 양극화 해소’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정부나 여당은 ‘정원 외 5% 대입특별전형’, ‘2010년 실업계 고교생 전원 장학금 지급’ 등을 발표했지만 이는 실업고가 처한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

실업고 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2005년부터 중앙 정부의 예산 지원이 폐지되고 시도별 예산으로만 편성되기 때문이다. 1996년 직업교육의 중심축을 중등 이후 단계(전문대)로 이동시킨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실업고 교육을 방치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정부와 국회는 일선 학교의 구성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업고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장세진 전주공고 교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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