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名건축]<4>삼청동길 금호미술관

  • 입력 2006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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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돌담과 어우러지도록 앞면을 화강암으로 마감한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 홍진환 기자
경복궁 돌담과 어우러지도록 앞면을 화강암으로 마감한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 홍진환 기자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시작돼 멀리는 삼청터널까지 이어지는 삼청동길은 도심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문화의 향취가 느껴지는 거리다.

1996년 ‘관훈동 시대’를 마감하고 이곳에 둥지를 튼 금호미술관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손꼽힌다.

국립현대미술관 대한교육보험연수원 대덕LG화학연구소 등을 설계한 재미건축가 김태수 씨의 또 다른 작품이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경복궁 돌담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미술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같은 설계 개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경복궁 돌담과 같은 색의 화강암으로 마감한 정면 외벽, 돌담 위에 검은 기와를 얹은 듯한 건물 윗부분의 짙은 띠무늬 창문, 2층 한 귀퉁이에 난 작은 창문을 통해 보이는 경복궁 돌담 풍경….

금호미술관은 정면보다 옆면과 뒷면이 아름답다는 말을 듣는다. 가장 흔한 돌 중 하나라는 화강암을 사용했고 네모반듯한 외양 등이 얼핏 보기에 “너무 평범한 것 아니냐”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건물들이 소홀하게 다루는 옆면과 뒷면이 이 건물의 강점이다.

벽을 뚫고 나온 듯한 삼각형 창문들이 보는 재미를 더해 주고, 협소한 공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는 대나무와 소나무들이 절로 시선을 끌어당긴다. 건물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배관과 전깃줄도 잘 보이지 않는다. 공조기조차도 유리로 구조물을 만들어 덮어씌웠을 정도다.

김윤옥(金尹玉) 큐레이터는 금호미술관의 가치는 작가들이 알아준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어떤 미술관은 건물과 그 내부의 전시실이 너무 화려해서 좋은 작품을 걸어도 작품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전시실은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게 우선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죠. ‘이곳에는 뭘 걸어도 좋다’고 칭찬하는 분이 많습니다.”

경복궁 돌담을 모델로 해 지어진 건축물이지만 안을 채우는 콘텐츠는 주로 현대미술작품들이다. 중견작가들의 초대전과 신진작가들의 개인전이 골고루 펼쳐진다. ‘미술관에서 듣는 음악회’라는 새로운 시도 차원에서 한동안 3층 공간을 ‘리사이틀 홀’로 운영하기도 했다. 얼마 전 개조공사를 마쳐 현재는 전시공간으로 거듭났다.

‘걷기 좋은 거리’에 속해 있다는 지리적 이점도 누린다. 주말에는 나들이 나온 가족들과 연인들,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1층 테이블에 앉아 탁 트인 대형 통유리를 통해 바라보는 경복궁 돌담과 그 앞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덤으로 주어지는 작품이다.

관람시간은 평일이 오전 10시∼오후 6시 반, 일요일이 오전 11시∼오후 6시 반이다. 월요일은 휴관한다. www.kumhomuseum.com 02-720-5114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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