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족보 있는 한우’ 수입육 겁안난다

  • 입력 2006년 4월 6일 0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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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시 압량면 신월리 덕산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한우 71마리의 귀에는 ‘1100801…’이라는 특이한 명찰이 붙어 있다. 이 명찰은 ‘경북(1) 경산시(10) 압량면(08)의 첫 번째 한우 사육농가’라는 뜻이다.

이 명찰은 한우의 품종을 개량하고 이력을 데이트베이스(DB)화하는 ‘경북한우 클러스터’ 사업의 결과물이다. 경북은 전국의 한우 170여만 두 가운데 38만 두(22%)가 있고, 한우 사육농가(총 17만 가구) 중 4만 가구(23%)가 밀집해 있는 ‘한우의 고장’.

지난해 10월부터 농림부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토종 한우 명품화’를 위한 이 클러스터에는 경북도, 영남대, 전국한우협회 경북지부, 경북지역 축협, 한우사육 농가 등이 참여하고 있다. 국비와 지방비 450억 원을 포함해 2015년까지 1000억 원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내년까지 진행되는 1단계 사업의 핵심은 경북도내 20개 시·군 225개 가구의 한우 2만여 두를 대상으로 DNA를 분석해 우량 한우품종을 개발하는 한편 이력을 데이트베이스(DB)화 하는 것이다.

한우이력 추적체계는 송아지가 태어나면 어떤 농가에서 출생해 어떤 과정을 거쳐 유통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프로그램. 질병 모니터링 프로그램도 이 안에 들어있어 광우병이 발견된다면 어느 지역의 누구 사육한 소인지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한우이력서가 실용화되면 소비자는 가정이나 식당에서 먹는 쇠고기가 수입산인지 한우인지 샘플만 채취하면 알 수 있게 된다. 수입육이 한우로 둔갑해 팔리지않나 의심하는 소비자는 이 이력서를 통해 진짜 한우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경북도 등은 내년 하반기 경으로 추정되는 쇠고기 수입 자유화에 대비해 토종 한우의 품질을 관리하고 개선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11년 째 한우를 기르는 농장주 방운수(方雲洙·67) 씨는 5일 “한우 농가가 개별적으로 쇠고기 수입 자유화에 대처하긴 어렵다”면서 “여러 기관과 체계를 갖춰 한우를 과학적으로 관리해야 품질을 높이고 소득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최근 농림부 평가에서 보성녹차 등과 함께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농림부는 한우이력 시스템을 전국 한우를 대상으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경북한우클러스터사업단장인 영남대 여정수(呂政秀·56·생물자원학부) 교수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쇠고기 수입 자유화에 대처해야 한다”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려면 한우 사육농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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