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살리자” 뜨거운 달구벌

  • 입력 2006년 1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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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난 대구 서문시장 2지구 상인들이 3일 점포에서 간신히 빼낸 침구류와 옷을 시장 옆 도로에서 팔고 있다. 대구=이권효 기자
불이 난 대구 서문시장 2지구 상인들이 3일 점포에서 간신히 빼낸 침구류와 옷을 시장 옆 도로에서 팔고 있다. 대구=이권효 기자
《설 대목을 20여 일 앞두고 영남 최대의 재래시장인 대구 서문시장이 깊은 시름에 잠겼다.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화재로 서문시장 2지구 점포 1100여 개가 불에 타 졸지에 생계 수단을 잃은 상인들은 “당장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 상인들이 대부분 보상을 받기 어려운 영세 사업자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들을 돕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웃상인 “주차건물 임시상가로 쓰세요”=인터넷 서문시장 홈페이지 및 대구시와 시민단체 게시판에는 상인들을 격려하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묻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주부 김영란(40·대구 수성구 황금동) 씨는 “대구 경제가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서민들이 이용하는 서문시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해 너무 안타깝다”며 “이번 설 제수용품은 모두 서문시장에서 구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민 신주용(35) 씨는 “상인들에게 재기 의욕을 불어넣기 위해 서문시장 2지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부 허진희(46·중구 동산동) 씨는 “대구의 상징적인 재래시장이 잿더미로 바뀌어 마음이 아프다”며 “다가오는 설에는 시민들이 서문시장을 많이 찾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문시장 화재수습대책본부와 대구 중구에는 상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전화가 이어진다.

대구시는 범시민 모금 운동을 벌이기로 하고 조만간 행정자치부에 성금 모금을 승인해 주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기부금품모집법에 따르면 3억 원이 넘는 성금 모금은 행자부 기부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서문시장 상가연합회는 3일 시장 내 주차빌딩을 대체상가로 활용하도록 하자는 데 동의했다. 화재가 난 2지구를 포함해 6개 지구가 상인들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4곳이 찬성했다.

중구 관계자는 “지구별 동의서가 정식으로 접수되면 주차빌딩을 상가로 사용해도 괜찮은지 알아보기 위해 안전진단을 실시한 뒤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초기 진화 실패 책임 및 피해액 공방=상인들은 불이 나자마자 신고를 했는데 전체 점포(1267개)의 94%(1190개)가 불에 탄 것은 초동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9일 오후 9시 57분에 발생한 화재를 20시간 만인 이튿날 오후 5시 57분에야 완전히 진화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대구소방본부는 “화재 발생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늑장 출동’이라고 보기 어렵고 ‘완전 진화’가 늦어진 것은 서문시장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이 처음 난 곳은 포목 전문상가로 2∼4평 크기의 점포가 빽빽이 붙어 있는 데다 상점 안에 있던 물건들이 모두 불에 잘 타는 원단이라 피해가 커졌다는 것.

또 1975년 건립된 시장 건물이 붕괴 조짐을 보여 소방관들을 30일 오전 4시경 건물 밖으로 모두 철수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피해 금액 산정도 차이가 크다. 대구소방본부는 3일 현재 피해액이 건물 35억 원, 재고 상품 및 원단 142억 원 등 177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대구 중구 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접수된 피해액은 1190개 점포에 624억 원. 상인들은 피해액이 1000억 원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화재 당시 상가에서는 메인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으나 소방시설 관리업체인 A사가 11월 4, 5일 점검을 할 때는 스프링클러와 경보기가 정상 작동해 책임 논란이 예상된다.

대구시는 3일 서문시장 2지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고 특별교부세 250억 원을 지원해 주도록 행정자치부에 건의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일부 또는 전부가 불에 타거나 훼손된 돈을 교환해 주기로 했다.

:서문시장:

평양시장, 강경시장과 함께 조선 3대 시장으로 꼽혔다. 4000개에 가까운 점포가 입주한 영남지역 최대 재래시장. 1, 2, 4, 5지구, 동산상가, 건해산물상가 등 6개 상가연합회로 이뤄져 있다. 불이 난 2지구는 연면적 약 2만 m² 규모로 원단 및 포목점 등 1267개 점포가 영업하던 중이었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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