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때 산업인력공단 정년단축 무효”

  • 입력 2006년 1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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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이강국·李康國 대법관)는 노동부 산하단체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구조조정 차원에서 직원의 정년을 단축하기 위해 개정한 인사규정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정부 산하단체의 정년 단축 규정이 대법원의 무효 확정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파장이 확산될 조짐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2000년 이후 퇴직한 정모(64) 씨 등 14명은 2003년 3월 “1998년 정년 단축을 골자로 개정된 인사규정은 무효”라며 공단을 상대로 종업원 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원고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최대 5세까지 정년이 단축된 새 인사규정에 따라 퇴직해야 했던 직원들은 조기퇴직기간(과거 인사규정상의 퇴직 시한―신규 인사 규정에 의한 퇴직 시점)의 임금을 소급해 지급받고 일부는 복직도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인사규정을 바꿀 경우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97조 1항이다.

인력공단 경영진 측은 인사규정 개정 때 노조 가입이 제한된 과장급 이상 489명을 제외한 근로자 1484명의 과반수인 754명의 조합원을 확보한 노조의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임기제 임원 6명을 제외하고는 상하위 간부급 직원까지 모두를 근로자로 봐야 한다”며 “이럴 경우 당시 근로자는 1973명이어서 노조는 과반수 조합원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인력공단의 정년 단축 정도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인력공단 관계자는 “단축된 정년 규정에 따라 퇴직한 직원이 모두 69명”이라며 “이들이 잇달아 소송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조기퇴직기간 임금이 30억∼40억 원에 이르며 복직 대상자만 20여 명이나 돼 인사적체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공공부문 개혁성과 후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인력공단 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말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공단 측과 직급별 정년을 2년씩 늘리는 단체협상을 체결했다.

한 정부 산하단체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 정년 단축으로 사실상 반강제로 퇴출됐던 다른 정부 산하단체 퇴직자들의 소송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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