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홍찬식]다시 보는 NEIS 파동

  • 입력 2005년 12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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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큰 파문을 일으켰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내년 3월 개통된다. 당시 ‘NEIS 파동’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교육 당국과 벌였던 정면대결이었다. 이 싸움은 국가인권위원회가 ‘NEIS에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교무학사, 보건, 입학진학 등 3개 영역을 삭제하라’고 전교조 손을 들어 주면서 전교조의 완승으로 끝났다.

전교조는 ‘학생의 정보인권이 중요하다’며 신상정보가 들어간 3개 영역을 각 학교에 단독 서버를 두고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교육인적자원부는 학교별 서버가 보안에 더 취약하며 조 단위의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고 맞섰다.

그로부터 3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NEIS 파동을 다시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양측 주장의 ‘중간 결산’을 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추가 비용 면에서 조 단위의 비용은 소요되지 않았다. 3개 영역을 구(舊)NEIS에서 빼내 새 시스템을 만드는 데 520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 NEIS를 처음 구축했을 때 들어간 비용에 맞먹는 금액이다. 여기에 시스템을 관리하는 비용이 따로 소요되고 시설은 5년마다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최소한 1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갈 것이다.

반면 새 시스템에서 얻는 이득은 얼마나 될까. 정보인권 보호 효과를 돈으로 환산하긴 어렵지만 결론은 의외로 쉬울 수도 있다.

그동안 시간이 꽤 지나면서 컴퓨터 보안에서 ‘서버가 어디에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님이 확인됐다. 예컨대 한국씨티은행의 서버는 홍콩에 있는데 신상정보 유출의 위험도는 서버가 홍콩에 있든, 한국에 있든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전교조의 주장처럼 학교에 단독 서버를 설치하는 게 더 안전하고, 교육부에 전체 서버를 두는 게 더 위험한 것은 아니다.

만에 하나 정부가 교육부 컴퓨터를 통해 학생 정보를 멋대로 장악하고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학교 측이 단독 서버에 들어 있는 학생 정보를 악용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것 아닌가.

이제 와서 보면 전국을 뒤흔들었던 ‘NEIS 논란’은 별 의미가 없었다는 얘기다. 효과는 보지도 못하고 세금은 세금대로 쓰게 된 것이다.

똑같은 일이 ‘교원평가제 파동’에서 벌어질 판이다. 교육부는 교원평가제를 도입하려 하고 교사들은 거부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은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으나 교육부가 반대급부로 대규모 교원 증원을 약속한 것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앞으로 5년 동안 5만5000명의 교원을 새로 증원한다는 것이다.

교원 증원이 이뤄지면 학급당 학생 수가 아직 많은 국내 실정에서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나중에 그 많은 교사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우려도 나온다. 감사원은 초등학생이 지난해 412만 명에서 2012년에는 289만 명으로 30% 감소한다며 교사의 공급 과잉을 지적한 바 있다.

5만5000명의 교원 증원에 소요되는 예산은 해마다 1조8000억 원이다. 그러나 교원평가제를 통해 학부모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자녀의 학교생활 만족도를 응답하는 것뿐이다. 교원의 집단행동을 보면 교원을 늘린다고 해서 공교육이 좋아질 것 같진 않다. 이런 곳에 천문학적인 세금을 지출해야 할지 회의적이다.

전교조는 이 정권 초기에 ‘NEIS 투쟁’의 승리를 통해 교육 현장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교사들은 교원평가제 반대를 통해 2조 원 가까운 세금을 그들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한국에선 무조건 길거리로 나서야 얻는 게 있음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집단이기주의를 돈으로 막을 수밖에 없는 국민은 영원한 ‘봉’인가.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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