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서 인생 2막을 연다]<上>도심형

  • 입력 2005년 11월 22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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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흰돌실버타운에 거주하는 홍병기, 이증주 씨 부부가 베란다에서 금련산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앞쪽으로 수영구의 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부산=원대연 기자
부산 흰돌실버타운에 거주하는 홍병기, 이증주 씨 부부가 베란다에서 금련산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앞쪽으로 수영구의 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부산=원대연 기자
《“시골이나 산속에서는 공기와 경치가 좋겠지만 밤에 주위가 깜깜하면 우울하고 불안할 것 같습니다. 늙을수록 사람도 보고 불빛도 봐야지요.” 서울 강서구 등촌3동 서울시니어스강서타워에 거주하는 정금준(78) 할머니의 말이다. 정 씨는 1991년 남편이 사망한 뒤 서울 목동아파트에서 혼자 살다 지난해 11월 이곳의 46평형(실평수 23평)을 분양받아 입주했다.》

송도병원이 운영하는 이곳은 도심 대로변에 있는 지상 15층, 지하 4층의 주상복합형 건물로 24평형에서 53평형까지 총 142가구 규모의 시설이다.

현재 입주 인원은 130가구 197명. 15층은 식당과 옥외 휴게실이며 4∼14층은 주거층, 그리고 1∼3층은 프런트 약국 관리본부 실내골프장 게이트볼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 1∼4층은 문화시설 간호사실 수영장 사우나실 미용실 건강관리실 주차장 등이 들어서 있다.

정 씨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서울이 생활 근거지이면서 자녀들이 살고 있기 때문. 정 씨는 1주일에 평균 4회는 외출을 한다.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자녀들의 집을 방문하거나 교회에 가기 위해서다. 바로 인근에 지하철과 버스정류장이 있고 택시도 이용할 수 있어 소외되어 있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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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생활이 좋은 점은 가사 노동에서 완전 해방돼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

오전 6시에 기상하면 6시 반에 전용버스로 인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가서 30분간 운동을 한다. 오전 7시면 간호사실에 들러 당뇨 체크를 하는 것도 일과 중 하나다.

아침 식사 시간은 7시 반에서 9시까지. 그 후부터는 지하 2층 건강관리실에서 헬스 또는 수영을 하거나 자유시간을 가진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과 오후에 걸쳐 짜여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수강하기도 한다. 입주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이 프로그램은 노래교실 서예 컴퓨터 국선도 요가 영화감상이나 각종 유명인사 초청 건강 및 교양강좌 등 다양하다.

또 오후에는 인근 우장산으로 산책을 가거나 시설 측에서 마련한 외출 견학 프로그램에 따라 주 2, 3회 박물관과 미술관을 방문하며, 청계천이나 산업시설을 관람하기도 한다.

정 씨는 이웃 친구 장명희(76) 씨와는 친자매처럼 지낸다. 두 사람은 각종 실내외 활동을 같이하는 경우가 많다. 생활수준과 취미 등이 비슷해 쉽게 친해졌다는 것.

장 씨는 남편 김치길(82) 씨와 함께 거주한다. 서대문구 연희동 62평형 빌라에서 살다 집을 팔고 이곳으로 들어왔다. 연희동 빌라의 경우 주 2회 파출부 비용과 관리비 등을 포함하면 월 생활비가 230만 원 정도 드는데 이곳에 와서 오히려 생활비가 줄었다고 한다.

남편 김 씨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주 3, 4회 출근하지만 부인을 가사 노동에서 해방시켜 주기 위해 이곳 생활을 택했다.

도심형 유료 노인복지시설(시니어타운)은 이처럼 편리하긴 하지만 서울의 경우 웬만한 사람은 선뜻 결정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비용이 만만찮다.

평형에 따라 입주 시 내는 보증금이 2억5600만∼5억6700만 원에 달하는 데다 부부 기준으로 월 170만 원 안팎의 생활비가 들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도심형이라도 지방 도시에서는 훨씬 저렴하다. 부산 수영구 망미동 금련산 기슭에 있는 흰돌실버타운의 경우 보증금은 평형에 따라 5900만∼1억2000만 원이고 월 생활비는 부부가 70만 원 안팎이면 해결된다. 이 시설은 가톨릭 계통의 로사사회봉사회가 운영하는 곳으로 2001년 10월 설립됐다.

이 시니어타운에 사는 홍병기(71), 이증주(67) 씨 부부의 경우 2남 1녀를 일찍 결혼시키고 부산 동래구의 아파트에서 살다 홍 씨가 우겨 이곳으로 옮겨 온 경우.

부인 이 씨는 아직 젊은데 왜 시니어타운에 들어가느냐고 반대했다가 입주한 뒤 아주 만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씨는 “여기서 그림을 배워 이제 수준급이 됐다”며 “이곳에 살아 보니 부부가 아파트에서 살 때 오히려 외부와 더 단절돼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도심형 시니어타운이 좋은 이유로 “언제든지 친구를 만날 수 있고 영화 관람이나 쇼핑 등을 쉽게 할 수 있어 단절감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점”이라고 말했다.

도심형 시니어타운
시설정원소재지전화번호법인
<서울>
서울시니어스타워176중구 신당동366-9702-2254-1221서울시니어스타워㈜
큰사랑48강남구 세곡동122-602-3411 -2361개인
은빛 천사의 집16송파구 마천동237-102-402-8006개인
서울시니어스강서타워336강서구 등촌동669-102-2659-1100서울시니어스타워㈜
<부산>
초원의 집40금정구 부곡3동200-63051-582-1562천주교부산교구사회복지회
흰돌실버타운200수영구 망미1동774-269051-7586231(사)로사사회봉사회
낙원대실버타운63기장군 정관면용수리 1047-2051-727-8909㈜낙원대실버타운
임호시니어타운129사하구 신평동100-15051-206-3001㈜임호시니어타운
<인천>
인천실버타운100인천 서구 경서동 673-11032-584-0245해동재단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멕시코 대사지낸 구충회 씨▼

구충회 씨는 외교관 생활을 하며 25년 동안 모은 각국의 개구리와 거북 마스코트 430점을 서울시니어스강서타워 측에 기증해 지하 휴게실에 비치하도록 했다. 구 씨가 마스코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서울시니어스강서타워에 살고 있는 구충회(77) 씨의 경우는 노년에 부인을 여읜 남자에게 시니어타운은 이상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구 씨의 예전 직업은 외교관. 멕시코 대사를 끝으로 1988년 은퇴한 후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의 겸임교수를 지냈다. 구 씨는 강남의 한 아파트에 살다 1996년 부인이 사망한 후 혼자 살기가 너무 힘겨워 시니어타운 거주를 택했다.

자녀들이 모두 외국에서 살고 있다는 구 씨는 혼자 살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밥 먹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늘 하루 세 끼를 때우는 게 문제였다. 남자가 혼자서 밥을 짓고 반찬을 마련하는 것도 마뜩하지 않았지만 혼자 식당을 찾아다니는 것도 보통 고역이 아니었다.

그는 심지어 명절에 식당을 찾으면서 “외국에서 일시 귀국한 동포”라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며 씁쓰레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는 시니어타운에 입주한 후 노후에 독신으로 지내면서 겪게 되는 고통 중 상당 부분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특히 남자의 경우 배우자가 사망한 후 혼자 살게 되면 외로움, 우울증 등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된다며 그러한 환경 변화가 생겼을 때 시니어타운행을 적극 고려해 볼 만하다고 그는 말했다. 또 혼자 있을 때는 갑자기 아프거나 주위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경우가 있으면 난감하기 짝이 없으나 시니어타운에는 방과 화장실에 비상연락 벨이 설치되어 있고 또 비상 구조 요청 호출기를 늘 지니고 있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시니어타운의 유형별 선택 기준에 대해 “나이에 상관없이 아직 사회적 관계와 개인적 용무가 남아 있는 사람들은 도심형을 택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시내에 자주 내왕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근교형이나 전원형은 불편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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