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大 ‘대학원생 모시기’ 파격경쟁

  • 입력 2005년 11월 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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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대폭 할인’ ‘영어 시험 폐지’ ‘전용 기숙사 제공’ ‘외국 학생 스카우트’….

이는 대학원생 모집에 나선 지방대들이 ‘대학원생 모시기’ 경쟁을 벌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마치 대형 매장에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갖가지 혜택을 내거는 세일 행사 같다. 이는 학부 졸업생들이 대학원 진학을 꺼리거나 대학원 진학 희망자들이 수도권 대학원으로 몰리면서 지방 대학원이 존립을 위협받고 있어 빚어지는 현상.

영남대는 내년에 입학하는 모든 대학원생의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여 국립대의 99%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다. 또 다른 지역에서 진학하는 대학원생을 위해 130명이 생활할 수 있는 전용 기숙사를 내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영남대 우동기(禹東琪) 총장은 “대학원생이 줄어들면 대학 전체의 연구능력도 떨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대학원생의 경제적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는 것이 대학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의 석사과정 입학생은 2000년 810여 명에서 올해는 520여 명으로 대폭 줄었다.

지방대들은 대학원에 입학할 자원이 부족한 데다 그마나 진학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이 국립대 또는 수도권대로 연쇄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선적으로 금전적 혜택을 내세우고 있다.

대전대는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등록금 300만 원 가운데 100만∼150만 원을 장학금 형태로 되돌려 줄 계획이다. 경남 지역의 한 대학은 신입생 등록금의 80%가량을 장학금으로 지급한다는 신문광고를 내기도 했다.

교수들은 대학원에 진학할 가능성이 있는 학부 학생을 대상으로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동남아시아 국가 등지에서 대학원생을 모집하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외국에서 ‘검증된’ 학생을 선발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 베트남 유학생 2명을 확보한 한 공대 교수는 “이들의 재정 및 신원보증을 해주고 겨우 ‘모셔 왔다’”면서 “연구시설이 10년 전에 비해 매우 좋아졌는데도 정작 대학원생을 확보할 수 없어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국내에 들어오는 동남아 유학생은 대부분 등록금을 면제 받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등 적잖은 혜택을 받는다.

한국공과대학협의회 임승순(任承淳·한양대 공대 학장) 회장은 “공대 대학원 정원의 50%를 다른 대학 출신으로 선발토록 한 규정을 폐지해야 지방대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동남아 학생 유치도 일본처럼 정부가 체계적인 수급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원생 확보가 어렵다 보니 입학전형과 교과과정도 덩달아 느슨해지고 있다.

지방대 대학원에서 영어시험을 폐지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전공실력 평가를 구술면접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지방의 유명 국립대 사회계열 대학원은 올해부터 영어시험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학생 한 명이 아쉬운 마당에 혹시 영어로 인해 탈락하는 학생이 있어선 안 되기 때문”이라며 “전공실력도 다소 부족하더라도 일단 입학해 공부하면 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교수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시도별 대학원 및 학생 수(2005년 11월 현재)
구분대학원석사과정박사과정
서울36711만690명2만1443명
부산641만5209명2876명
대구329437명1736명
인천235020명858명
광주429105명2075명
대전529766명2442명
울산71904명331명
경기1522만6명2436명
강원356158명1173명
충북318699명1183명
충남631만672명1014명
전북478778명1828명
전남283793명664명
경북679632명1970명
경남327957명1192명
제주91927명251명
105123만8753명4만3472명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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