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의사들 부익부 빈익빈]1억1683만원 vs 794만원

  • 입력 2005년 10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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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가정의학과의원을 개원했던 김모(39) 씨. 주변에 내과 이비인후과 등 비슷한 진료 과목이 무려 6곳이나 있다 보니 하루에 진료하는 환자가 20명도 못 되었다. 총진료비 수입은 한 달에 500만∼600만 원.

간호사 2명의 월급과 건물 임차료 등을 주고 나면 본인에게 떨어지는 수입은 100만 원이 안 되었다. 더구나 개업을 위해 1억5000만 원의 은행대출을 받은 터라 매달 300만 원의 원리금을 갚아야 했다. 김 씨는 결국 적자를 감당 못해 폐원한 뒤 월급 550만 원을 받고 중소 병원에 취직했다.

2003년 제주 남제주군에 가정의학과의원을 개원한 이모(37) 씨. 이 의원에는 환절기인 요즘 감기 환자를 포함해 하루에 환자가 무려 150여 명이나 된다. 방사선촬영실, 물리치료기기 등 각종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한 달 총진료비 수입은 4000여만 원. 간호사 4명과 일반직원 3명 등 7명의 월급과 건물 임차료를 제외하고도 2000만 원가량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의사가 되면 모두 돈을 잘 벌 것처럼 여기던 시기도 있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진료 과목별로 차이가 나지만 같은 분야라도 부자 의사와 가난한 의사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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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버나=이번 조사에서 의원의 월평균 진료비 수입은 2259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진료비 수입에서 인건비와 임차료 등을 뺀 나머지가 의사 개인의 수입이다.

나이별로는 40∼45세가 2554만 원으로 가장 많이 벌었고 36∼39세 2476만 원, 46∼49세 2389만 원 순이었다.

같은 진료과목 내에서도 총진료비 수입에는 큰 차이가 났다.

안과의 경우 상위 10%의 월평균 수입이 1억1683만 원인 반면 하위 10%는 794만 원에 불과해 14.7배의 차이를 보였다. 일반과의 경우 상위 10%의 월평균 수입은 4859만 원이었지만 하위 10%는 410만 원으로 12배 가까운 격차가 벌어졌다.

▽“의료 계층화 우려”=전문가들은 병의원 운영에는 자유경쟁원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수입에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 격차가 너무 크면 진료 왜곡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건강보험연구센터 이상이(李相二) 소장은 “환자들이 몰리는 의원에서는 한 환자를 3분간 진료하기가 힘들어 환자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할 수 없는 반면 환자들이 없는 의원은 수익을 맞추기 위해 비보험 진료 위주로 과잉진료를 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충북대 의대 이진석(李震錫·의료관리학) 교수는 “장사가 안 되는 일반과 내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에서는 비만클리닉, 피부미용, 태반주사 등의 비보험 진료 중심으로 옮겨 가고 있다”며 “의료 계층화가 심해지면 의료비 증가라는 부메랑이 환자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같은 의료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줄이기 위해 환자가 많이 몰리는 의원에는 차등수가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이 소장은 “현재 차등수가제는 환자가 몰리는 의사에게 페널티를 주는 네거티브 정책”이라며 “적절한 수의 환자를 보는 의사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도입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 권용진(權容振) 대변인은 “예방접종 가족계획 보건교육 등 공익적 분야에서 의사들이 수입을 보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된다”며 “영국에서는 의사들이 공익사업을 하는 데 대해 별도의 예산을 책정해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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