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패산터널 보상금 10억 轉用논란

  • 입력 2005년 10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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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패산 터널 공사의 피해 보상금 사용명세를 담은 서류. 회룡사 이외에 다른 사찰의 운영경비 등으로 쓰였음을 보여 준다.
사패산 터널 공사의 피해 보상금 사용명세를 담은 서류. 회룡사 이외에 다른 사찰의 운영경비 등으로 쓰였음을 보여 준다.
환경 파괴 논란에 휩싸였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 터널 공사의 피해보상금이 당초 취지와 어긋나게 피해 사찰이 아닌 다른 사찰의 운영경비 등으로 쓰였다는 고발장이 접수돼 경기 의정부경찰서가 수사에 나섰다.

의정부경찰서는 30일 “의정부시 호원동 회룡사가 받은 피해보상금을 경기 남양주시 A사찰이 대부분 썼다는 고발장이 최근 접수돼 수사 중”이라며 “고발인에 대한 조사를 마쳤으며 곧 피고발인인 주지 2명을 소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룡사는 사패산 터널 공사로 수행 환경이 훼손된다며 반대운동을 전개했으며 지난해 9월 21일 사업시행사인 서울고속도로㈜와 피해를 시행사가 모두 책임지며 이와 별도로 피해보상금 20억 원을 지급받기로 합의했다. 피해보상금 10억 원은 지난해 10월 8일 지급됐으며 나머지는 올해 안에 지급될 예정이다.

10억 원의 사용명세에는 △회룡사 2억 원 △A사찰(장학회비) 2억 원 △A사찰 사중(寺中) 1억 원 △A사찰 주지 5000만 원 △○○스님 기념관 기금 1억 원 △총무원 재무부 1억 원 △A사찰 총무국장 3000만 원 △A사찰 재무국장 7000만 원 등으로 기록돼 있다.

이에 대해 A사찰 주지 B 스님은 “25교구 본사(경기 북부 관할) 주지의 자격으로 법적 위임을 받아 합의서에 서명했으며 보상금은 내부적으로 판단해 사용해도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합의서에 보상금의 용도에 대한 조항은 없다,

B 스님은 “고발장 내용은 승려 개개인에게 일정액씩 주었다는 내용을 빼면 거의 맞지만 합의서를 작성하기 이전부터 환경보호운동을 위해 사용처를 계획해 두었고 이에 따라 지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교계 내부에서 이 돈의 사용처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고 고발장이 제출되자 A 사찰 측은 지출금을 회수하고 있다.

B 스님은 “지출금 대부분이 회수됐다”면서 “법적인 문제는 없으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장기적인 환경운동을 준비한다는 취지에서 회수했다”고 말했다.

고발장을 낸 C 스님은 경찰 조사에서 “수행 환경이 피해를 본다며 돈을 받아 다른 절에 대부분을 썼다면 보상금을 받아야 할 이유도 없었던 것 아니냐”며 “반대운동을 한 이유가 뭔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패산 터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일산∼퇴계원 구간(36.3km)에 있는 터널로 회룡사와 인접해 있다. 시행사는 2001년 6월 이 구간을 착공했으나 11월부터 스님들이 수행 환경을 파괴한다며 환경보호운동을 벌이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후보들은 이 터널 공사의 전면 재검토를 약속했다. 2003년 4월 노선재검토위원회가 구성됐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해 12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공사 재개 방침을 밝히고 이를 조계종이 받아들여 공사는 중단 2년여 만에 재개됐다.

의정부=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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