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불균형’ 손 못 대나

  • 입력 2005년 10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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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보험료를 덜 내고도 연금은 훨씬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정도 짐작했던 일이지만 전문가의 수익비(受益比) 계산 결과를 보면 격차가 상상 이상이다. 관동대 김상호 교수가 최근 사회보장학회 포럼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입자가 내는 총보험료를 1이라고 했을 때 공무원연금 평균 수익비는 3.53∼3.88로 국민연금의 2.22보다 훨씬 높았다.

공무원연금의 수익비가 높은 것은 별도의 퇴직금이 없는 것을 감안해 ‘저(低)부담, 고(高)급여’ 체계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도 조금 내고 많이 받는 구조이지만, 공무원연금은 그보다 혜택이 훨씬 커 구조적으로 적자가 불가피하다.

공무원연금은 2003년부터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고, 같은 특수직역(職域) 연금인 군인연금은 1973년에 이미 기금이 고갈됐다. 2000년부터 이들 연금의 적자를 재정에서 메워 주고 있다. 정부는 올해만도 공무원연금에 7300억 원, 군인연금에 8500억 원의 보전금을 책정해 놓았다. 일반 국민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국민연금을 감수하면서 공무원과 군인연금의 적자까지 세금으로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제쳐 둔 채 국민연금 개혁만 강조한다. 정부가 국회에 내놓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수익비 격차가 3배 가까이로 벌어지게 된다. ‘국민이 대통령’이라는 빈말은 그만하고 이런 ‘관존민비(官尊民卑)’부터 개선할 일이다. 이야말로 정권이 강조하는 ‘불균형 시정’이다.

국민연금도 현행 구조를 유지하면 40년 후 기금이 바닥난다. 고령화가 빨라지면 고갈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단계적으로라도 보험료를 올리고 연금을 줄일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개혁을 다수 국민에게 설득하기 위해서도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제도를 먼저 고쳐야 한다. 공무원이 보통 국민보다 약자(弱者)라고 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정부와 여당은 ‘약자 보호’를 입버릇처럼 강조해 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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