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진형인]항만 혁신없이 동북아허브 어렵다

  • 입력 2005년 10월 2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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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물류 중심을 외치던 한국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상하이(上海) 부근의 양산(洋山) 항이 다음 달에 1단계 개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양산 항 개장은 동북아의 물류시장에 지각변동을 불러오는 것은 물론 글로벌 기업의 활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지금까지 부산항을 이용하고 있는 환적(換積·화물을 옮겨 싣는 것) 물량이 양산 항으로 이동하면 한국 최대의 항만인 부산항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양산 항 개항은 선사의 대형화, 대규모 항만 개발 등과 더불어 국가별 대표항만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양산 항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9%, 교역 규모의 33%, 외국인 직접투자의 47%를 차지하고 있는 경제의 핵심 지역인 상하이와 창장(長江) 강 유역을 배경으로 한다. 이 항만은 2020년까지 부산항의 3배에 이르는 규모로 확장될 예정이다. 홍콩과 싱가포르를 제치고 세계 1위의 물류 중심지가 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이미 상하이와 선전(深(수,천)) 항은 부산항을 추월해 국제적인 항만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여기에 홍콩과 대만, 일본 등도 항만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은 그동안 동북아의 중심부라는 지리적 장점을 활용해 동북아의 물류 중심지로 발돋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물류는 ‘동북아 경제 중심’이 되기 위한 핵심 과제다. 특히 강대국 사이에 끼여 생존과 번영을 이루어야 하는 한국에 있어 ‘물류 강국’은 반드시 성취해야 할 명제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부산항이 중심 항만 역할을 해 왔다. 여기에 개발 중인 부산신항과 광양항이 부산항의 부족한 시설을 보완해 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는 데다 환적화물 증가 속도 또한 부진해 한국 항만 경쟁력의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항만의 부가가치 기능 향상이나 경제자유구역의 기업 유치 등 국제 물류화에 필요한 조건은 별로 진전된 것이 없다. 항만 경쟁력 약화는 곧 물류 경쟁력 약화로 연결된다. 이런 시점에 중국이 물류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위협으로 작용하면서 풀어야 할 숙제를 던져 주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선 물류 허브를 위해 지역 이기주의를 자제하고 국가 차원에서 물류 허브 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부산 광양 인천 등 3개 대형 항만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일본도 5, 6개 항만이 비슷한 처리 실적으로 대외 경쟁력이 뒤처지자 최근 ‘슈퍼 중추항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3개 항만의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 교육, 병원, 노동 공급 등 여러 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항만 사업은 더는 물건을 싣고 내리는 ‘선적’ 개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기업 활동을 이루게 만드는 ‘서비스 개념’으로 접근해야만 이들 3개 항만은 글로벌 기업, 공항 등과 더불어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할 것이다. 이것이 항만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이 보여 준 길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중국과 일본, 동남아는 물론 미주와 유럽을 연결하는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구상하고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구상이 실행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의 동북아 물류 거점화는 실현될 수 있다.

중국 양산 항의 가동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과감한 혁신의 자세를 다그치고 있다.

진형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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