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300억달러 수출 ‘작은 거인’ 구미를 배우자”

  • 입력 2005년 10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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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경북 구미시 구미 제4공단.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후원으로 구미시 수출 현장 투어에 참석한 주한 벨기에 대사관의 마르크 데브리트 상무관과 독일 지멘스사 임원 등 10개국 외교관과 기업인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렇게 작은 도시에서 연간 300억 달러에 가까운 수출이 이뤄지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일입니다.”

구미시에 거물급 외국 인사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국대사,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전 주한 일본대사가 한국 근무 시절 구미시를 방문했다. 이시게 히로유키(石毛博行) 일본 경제산업성 제조산업국장, 사카키바라 사다유치(신原定征) 도레이사 사장, 와다 다카시(和田隆) 아사히글라스 디스플레이 부문 사장 등 일본 경제계 인사도 자주 찾는다.

이들은 초청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구미시에 왔다. 사진만 찍고 가는 의례적인 행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5월에는 레네 프란시스코 우마냐 주한 온두라스대사가 방문해 공단을 둘러보고 경제협력을 제안했다. 그는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인구 700만 명의 온두라스는 구미시처럼 작지만 부자인 도시를 모델로 삼는다”며 “어떻게 이런 성과를 거두는지 연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주한 네덜란드대사는 해마다 구미시를 방문해 LG와 합작한 필립스사를 돕는 방안을 모색한다. 라딩크 반 볼렌호벤 주한네덜란드 대사 부부는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네덜란드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공업도시 에인트호벤이 아시아권에서 자매결연한 지역은 구미시와 중국 난징(南京)뿐이다.

구미공단 내 세계 최대의 액정표시장치(LCD)업체인 LG필립스LCD의 박기선(朴起善·57) 사장은 “구미와 네덜란드의 돈독한 우정이 양국 기업 활동에 윤활유가 된다”고 말했다.

외국 인사들이 구미시에 주목하는 까닭은 경이적인 수출액 때문. 1970년대 초반에 조성된 구미공단은 수출 1억 달러를 기록한 지 30여년 만에 300억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부산의 4배로 지난해 국내 무역수지 흑자액의 70%를 차지한다.

수출과 함께 도시가 성장하다 보니 구미시는 인구가 해마다 7000여 명씩 늘어났다. 2000년에 33만 명이던 인구가 현재 37만여 명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5000여 명.

대구에서 구미시까지 출퇴근하던 장병태(張秉泰·45) 씨는 지난해 가족과 함께 아예 구미로 이사를 왔다. 그는 “아담한 도시인 데다 소득이 높고 교육 여건이 좋아서 정착했다”고 말했다.

구미시는 공단 입주 기업의 직원이 자녀교육 문제를 걱정하지 않도록 1995년부터 초중고교에 해마다 20억 원을 지원한다. 김관용(金寬容) 시장은 “2007년 수출 500억 달러 달성을 위해서라도 올해 무역의 날은 구미시에서 개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미=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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