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유학’…모국行비행기 타는 한인 2, 3세들

  • 입력 2005년 9월 24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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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미국 버지니아 주 머클레인 시 버마데라고교를 졸업한 박모(20·여) 씨는 미국 명문대 진학 대신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학부를 선택했다.

박 씨의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점수는 상위권인 1350점으로 명문 스미스칼리지에 합격한 상태. 주변에선 미국 잔류를 권유하며 만류했지만 박 씨는 “교수진과 학생의 수준이 높고 한국을 배경으로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데 유리할 것 같아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외국 유명 고교를 졸업한 한국계 학생들이 한국 대학으로 유학 오는 ‘역유학’ 현상이 일고 있다. 또 외국 우수 고교에 다니다 외국 명문대 입학을 위해 한국 고교로 편입하는 학생들도 잇따르고 있다. 해외 근무 중이던 부모의 귀국 등으로 함께 돌아온 단순 편입과는 다른 경우다.

올해 58명의 신입생을 선발한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학부 지원자는 702명. 지원자 중 25%가 외국 고교 졸업자이며 25%는 외국 고교 재학 중 한국 고교로 편입해 졸업했다. 이 가운데 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여대 국제학부도 2004학년도 56명 모집에 350명, 2005학년도 73명 모집에 408명, 2006학년도에는 74명 모집에 501명으로 매년 지원자가 증가하고 있다. 신입생 대부분이 외국 중고교 출신이거나 졸업 전 한국 고교로 편입한 학생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일부 사립대가 막대한 재원을 들여 국제학부를 중심으로 미국 아이비리그 수준의 교수진과 교육과정을 확보한 데다 세계 경제에서 한국의 비중이 커져 한국에서의 수학 경력이 국제사회 진출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

특수목적고를 중심으로 한 고교생 역유학은 외국 명문대 진학에 장점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민족사관고 2학년에 편입한 이모(18) 양은 이집트 카이로 아메리카칼리지(CAC) 11학년을 다니다 왔다. 한 학년이 150명인 CAC는 20∼30명이 미국 아이비리그에 진학할 정도로 상위급 학교로 평가되고 있다.

이 양은 “한국 고교는 학교 전체가 ‘공부를 해야만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 학업성취도를 쉽게 올릴 수 있으며 이는 외국 대학 진학에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역유학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미국 유명 대학의 경우 일정한 영어 실력과 학업 수준을 갖추고 있으면 해외에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학생을 선호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부속 외국어고 1학년에 최근 편입한 서모(16) 군은 미국 최우수 고교 중 하나인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고교를 다녔다. 이 학교는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자의 모교로도 유명하다. 서 군은 일단 이 학교 졸업 후 미국 유학을 갈 계획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외국 고교를 다니다 국내 고교로 편입한 학생 수는 2002년 979명, 2003년 1391명, 2004년 1755명 등으로 급증하고 있으며 올해 1학기에만 1065명이었다.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학부 모종린(牟鍾璘) 학장은 “전체 고교 재학 중 역유학 편입생 가운데 30%가량은 소신 있는 역유학파들로 보면 된다”며 “교육환경이 달라지면서 긍정적인 역유학 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도 정부는 순수 국내 학생만을 위한 교육정책 수립에 몰두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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