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000억 승소 포기할테니 506억만 돌려달라”

  • 입력 2005년 9월 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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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KBS)이 세무 당국을 상대로 낸 소송 1심에서 승소해 판결이 확정될 경우 2000여억 원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소송을 취하할 테니 506억 원을 돌려받게 조정해 달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1994년부터 KBS 측 소송을 담당했던 K 변호사는 “조정 신청은 1심 승소로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환급금 가운데 1500여억 원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K 변호사는 법원에 조정 신청을 하라는 KBS의 요구에 반대해 항소심 소송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5일 법원과 변호사업계에 따르면 KBS는 영등포세무서를 상대로 법인세 및 부가세를 돌려달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특별5부와 특별7부에 L 변호사 명의로 지난달 24일 ‘의견서’를 냈다.

KBS는 의견서에서 “자진납부하거나 추징당한 2000여억 원 중 506억 원(환급 가산금 포함)을 되돌려 줄 경우 법인세와 부가세 환급 관련 소송(13건)을 모두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KBS는 세무 당국이 수신료를 방송용역의 대가로 보고 매년 법인세와 부가세 등을 부과하자 소송을 내 지난해 8월 13일 1심에서 대부분 승소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KBS가 1996∼2000년 납부하거나 추징당한 2000억 원가량의 법인세와 부가세 등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KBS가 (비수익사업인) 방송과 광고 수입을 구분하지 않고 회계장부를 작성한 상황에서 세무 당국이 수입 총액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영등포세무서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에 앞서 헌법재판소는 이 소송이 진행 중이던 1999년 5월 “수신료는 공영방송 사업 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특별부담금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도 이듬해 2월 수신료는 법인세나 부가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수신료가 일종의 ‘준조세’라는 취지였다.

K 변호사는 “조정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앞으로 KBS가 내지 않아도 될 세금 수백억 원을 매년 시청자 수신료로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S 측 L 변호사는 “1심에서 불완전하게 승소했기 때문에 항소심을 앞두고 조정을 하는 것이 KBS 측에 유리하다”며 “최종적으로 승소하더라도 KBS는 비영리사업과 영리사업을 구분해야 할 입장이어서 조정을 통해 해결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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