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베트남출신 주부들에 한글교실 열어요”

  • 입력 2005년 9월 3일 0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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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총각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들이 언어와 문화 등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상담하게 됐지요.”

경북 예천군 하리면사무소 소속 사회복지사 김기현(金起鉉·35) 씨가 7월부터 관내 베트남 출신 주부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남편도 참여하는 ‘삼자대면 상담’을 실시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김 씨는 2일 “남편들도 동참시켜 부부 및 가족 내 역할훈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한 결과 한글을 전혀 모르던 베트남 출신 주부들이 이젠 쉬운 말을 구사하고 혼자서 전화를 받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7월 12일 면사무소 회의실에서 시작된 ‘외국인 주부 한글교실’은 매주 화, 목요일 오후 7시부터 1시간 반 동안 진행된다. 매번 ‘가족’, ‘돈’, ‘추석’ 등 주제를 정해 이야기를 나눈다. 수업 중에는 베트남어를 사용할 수 없다.

한글교실에 다니는 베트남 주부는 현재 4명. 비록 수강생 수는 적지만 한글교실은 예천지역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예천군이 올해부터 추진한 ‘농촌 총각 가정 이루기’ 사업이 결실을 거둬 조만간 16명의 베트남 여성들이 시집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김 씨의 한글교실 소식이 알려지자 경도대 사회복지과 학생들과 공중보건의 등이 자원봉사자로 나섰고 면내 기관장모임과 예천양수건설처 등이 한글교실 운영비 일부와 간식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김 씨와 자원봉사자들은 틈틈이 베트남 주부들을 진호국제양궁장(예천군 예천읍 청복리)과 시장 등지로 데리고 가 우리 문화와 관습 등을 익히도록 돕고 있다.

올 1월 입국한 짠티 푸홍(27·여) 씨는 “한글을 배우고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면서 점차 한국 생활이 즐거워지고 있다”며 “11월 초 출산할 예정인데 몇 달 쉰 뒤 다시 한글교실에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베트남은 사회주의 체제인 데다 열대지방이라 남녀평등 의식이 강하고 시간관념이 별로 없어 자칫 남편들이 오해하기 쉽다”며 “삼자대면 상담을 통해 부부의 말을 듣고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상황을 설명하면 오해가 풀리곤 한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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