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병장 구하라” 장병3명 殺身

  • 입력 2005년 7월 2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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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수색26일 오전 경기 파주시 전진교 북쪽 임진강변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민정중대 2소대장 박승규 중위 등 4명이 전술훈련 중 물에 빠져 실종됐다. 육군 스쿠버다이빙 요원들이 모터보트를 타고 인근 지역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파주=연합
실종자 수색
26일 오전 경기 파주시 전진교 북쪽 임진강변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민정중대 2소대장 박승규 중위 등 4명이 전술훈련 중 물에 빠져 실종됐다. 육군 스쿠버다이빙 요원들이 모터보트를 타고 인근 지역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파주=연합
임진강변에서 훈련 중 발을 헛디뎌 강에 빠진 병사 1명과 이를 구하러 물에 뛰어들었던 동료 장병 3명 등 4명이 함께 물살에 휩쓸려 실종됐다.

26일 경기 파주시 파평면 전진교 북쪽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민정중대 2소대 소속 안학동(安鶴東·23) 병장이 훈련 중 발을 헛디뎌 임진강에 빠졌다.

이를 본 같은 소대 박승규(朴昇圭·26·육사 59기) 중위, 강지원(姜智元·21) 병장, 김희철(金熙哲·20) 일병 등 3명이 안 병장을 구하러 강에 뛰어들었으나 빠른 물살에 휩쓸려 안 병장과 함께 실종됐다.

▽사고 경위=소대장 박 중위와 소대원 26명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전진교 북쪽에서 인근 전술훈련장까지 적의 폭탄이 떨어지는 가상 상황을 설정하고 강변을 따라 행군하는 소대전술훈련을 벌였다.


오전 10시 50분경 ‘폭탄 투하’라는 경고소리가 터지는 순간 강가에 바짝 붙어 걷던 안 병장이 발을 헛디뎌 강물에 빠졌다. 이를 보고 훈련 감독차 나온 중대장 변국도(육사 55기) 대위가 즉시 옷을 벗고 강에 몸을 던졌다.

수심이 4∼6m 정도로 깊고 물살이 거센 데다 강물이 하류에서 상류로 역류하는 만조기여서 곳곳에서 소용돌이까지 이는 상황이었다. 변 대위는 물살이 거세니까 부대원들에게 “내가 구할 테니 아무도 들어오지 마라”고 소리쳤으나 이미 그 자신이 급류에 휘말리고 있었다.

변 대위가 허우적거리자 조금 전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김희철 일병과 오진관(22) 이병이 전우애를 발휘해 강물에 뛰어들었다. 오 이병은 곧 물 밖으로 헤엄쳐 나왔지만 김 일병은 물살에 휩쓸렸다. 이어 박승규 중위와 강지원 병장이 물에 뛰어들었고 다른 병사들은 사고 장소 맞은편에 있던 공병여단 도하중대를 향해 “사람 살려”라고 외쳤다.

고함소리를 들은 도하중대 한상민(22) 하사 등은 곧바로 10명가량이 탈 수 있는 고무보트인 단정을 긴급히 물에 띄워 300m가량 떠내려가던 변 대위를 구조했다. 그러나 박 중위와 강·안 병장, 김 일병 등 4명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인근 주민들은 “사고 현장은 밀물이 닥치면 배도 제대로 운항할 수 없을 정도로 물살이 센 곳”이라고 전했다.

▽사고 조치 및 군 반응=육군은 부대 지휘통제실에 상황이 접수된 지 6분 만인 오전 11시 14분에 공병여단 도하단의 구명정 2척과 스쿠버다이버 요원 2명을 현장에 급파했으며 특전사 스쿠버다이버 요원 6개 팀과 헬기 1대도 수색작전에 긴급 투입했다.

육군은 이날 훈련은 분기에 한 번 받는 정기훈련이며 이들은 도하부대가 아니기 때문에 훈련 중 구명동의는 착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JSA 경비 임무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공동으로 맡아오다 지난해 10월 31일 한국군에 이양됐다.

한국군 경비대대는 지난해 7월 창설됐으며 경비임무 수행을 위해 차출된 우수 인력들이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아 평소 장병들의 자부심과 단결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군 당국은 또다시 인명사고가 발생하자 몹시 허탈해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사고로 실종된 안 병장과 강 병장은 각각 제대가 1, 2개월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이 더하고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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